'미국 제재 피하자'…해외로 본사 옮기는 中기업

2023-06-16 14:42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 내에 위치한 쉬인(Shein) 본사 내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는 중국 기업들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중국 색채를 빼고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나선 걸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차세대 IT 기업들을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본사를 이전하는 중국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절대강자로 떠오른 ‘쉬인(Shein)’이 대표적이다.
 
쉬인은 최근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난징에서의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앞서 아일랜드 더블린에 해외지역 서비스를 담당하는 IT 오피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사업을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틱톡 등 중국 기업이 이용자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해 중국 당국에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자, 글로벌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중국이 아닌 유럽에 저장해 관련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지사를 설립했으며 올해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로비대행업체와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지난 2020년과 2022년 2차례 IPO를 계획했지만, 미·중 갈등·증시 불안 등의 이유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신장웨이우얼 노동 착취로 생산한 면화로 의류를 제조했다는 의혹이다. 쉬인이 올해 다시 IPO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미 의회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해당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IPO에 제동을 걸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쉬인이 중국 꼬리표 떼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판둬둬의 해외 쇼핑 앱 ‘테무(Temu)’는 애초에 본사를 보스턴에 설립했다. 테무는 지난해 9월 미국에 진출한 후 초저가 마케팅으로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쉬인의 경쟁자로 우뚝 섰다. 올해 초에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에도 진출했다. 테무의 모기업인 판둬둬도 지난 3월 본사를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겼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10%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 징코솔라는 최근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겼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시장용 틱톡과 중국 내수용 더우인을 나눠서 운영하면서 전 세계 이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틱톡만 탈중국 시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틱톡은 지난해 본사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지난 3월 회사를 6개 사업부로 쪼갠 알리바바도 해외 전자상거래사업부의 본거지를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컨설팅 회사 커니의 셰이 루오 대표는 “일부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을 중국과 엮어 악평을 쏟아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건비·배송비·세금 절감을 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