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이슈] 진짜 춘향이 얼굴 뭐길래? 새 춘향 영정 "나이 들고 못생겼다" 시끌

2023-06-15 10:57

김현철 작가가 그린 새 춘향 영정 [사진=남원시]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춘향의 얼굴을 복원한 그림을 두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춘향은 우리나라 대표 고전소설 '춘향전'의 주인공이자 조선시대 미인형 인물로 양반집 도령 이몽룡과의 신분을 넘어선 로맨스에서 의리를 지킨 열녀 캐릭터이다. 

춘향의 얼굴이 구현된 최근 영정을 두고 춘향이 중성적인 외모의 나이 든 여성으로 보여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 목소리는 새 영정이 공개되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이 지난달 25일 '제93회 춘향제'에 앞서 새 영정을 전북 남원의 광한루원 춘향 사당에 봉안한 것이다. 

남원시의 위탁을 받아 남원문화원이 제작을 주도한 가로 94㎝, 세로 173㎝ 크기 이 영정은 김현철 작가가 지난 1월 제작에 들어가 4달 만에 완성했다. 제작 비용은 1억7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원 지역사회를 비롯해 온라인상에서는 새롭게 그려진 춘향의 모습이 춘향의 미모와 정신, 남원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각종 지역 단체들이 참여한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새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이다. 또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춘향 영정 봉안 문제에 대해 다시 객관적이고도 민주적인 공론 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가 이번 춘향제 기간인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초 춘향 영정과 새 영정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초 춘향 영정이 1313표를 얻은 반면, 새로 그린 영정은 113표를 받는 데 그쳤다.
 

1961년 제작된 김은호 작가의 춘향 영정(왼쪽)과 1931년 강신호·임경수 작가의 최초 춘향 영정 [사진=남원시,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

온라인에서도 누리꾼들은 이번 춘향의 영정에 대해 "멀쩡한 영정을 없애고 말라깽이 김여정을 그려놨다. 춘향이가 울고 가겠다", 어차피 상상화인데 이미지에 맞게 잘 그리지 그랬나. 핵심인 얼굴 부분과 의상이 그게 뭔가. 극장 간판 화가한테 맡기면 100만원만 줘도 그보다 훨씬 잘 그렸을 것", "요즘 대세인 AI에 모든 정보를 취합시켜서 출력을 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한 "친일타령 논란의 결과가 저것이냐"는 지적도 많다. 1961년 제작된 이전 춘향 영정을 그렸던 김은호 화백이 친일 작가로 밝혀져 남원시가 지난 2020년 10월 철거하고 새 영정 제작에 착수한 바 있다. 

단체 중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는 "억지 춘향을 만들어서 춘향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최초 영정 봉안을 촉구하고 있다. 최초 춘향 영정은 앞서 제1회 춘향제를 맞아 1931년 제작된 강신호·임경수 작가의 작품이다. 

한편 새 춘향 영정은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전'의 첫대목에 등장하는 5월 단오날을 맞아 몸단장을 한 채 그네를 타기 위해 나오는 17세 내외의 18세기 여인상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