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단 갈아타기 실수요 늘어" 다시 반등하는 서울 중대형 아파트

2023-06-14 18:17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한 시기에 투자 목적보다는 갈아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최근 규제·대출 완화가 나타나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아파트는 희소성이 커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당분간 실수요자의 매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거래 규모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중대형 아파트(86~135㎡ 이하) 매매량은 9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월) 498건 대비 약 82% 증가했다. 직전 4개월(2022년 9~12월) 매매량(301건)과 비교하면 201% 늘어난 수치다.  

서울 중대형 아파트 매매 수요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평균 158건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거래 침체가 나타난 하반기부터는 평균 78건으로 100건대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1월 105건을 시작으로 2월 200건, 3월 297건, 4월 305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매건수 대비 비중도 2월 이후 높아지는 추세다. 2월 8.7%, 3월 9.1%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10.1%로 10%대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하락한 시점에 갈아타기 목적으로 실수요자가 움직이면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만 놓고 볼 때는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소형 아파트가 안정적이면서 환금성이 좋다. 중대형은 절대 금액 자체가 높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요층도 소형에 비해 작은 편이기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는 부담이 큰 편이다. 

서울 지역 한 중개업자는 "일반적으로 갭투자를 하는 금액대가 5억~10억원 정도인데 중대형 아파트는 이런 금액대가 거의 없다"며 "높은 금액과 함께 세금도 높다 보니 중대형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외지인들은 실수요보다 투자 목적이 짙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수요는 줄어든 반면 중대형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실수요가 움직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 거주자들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한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36.0%에서 올해 4월 기준 24.7%로 낮아졌다.  

소형보다 대형 아파트에서 수요자들이 가격 하락을 더 체감하는 심리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병탁 팀장은 "평당 금액으로는 같은 수준이라고 해도 총액이 면적에 따라서는 다르다"며 "단위당 가격은 같아도 중대형 쪽에서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매매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동향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102㎡ 초과~135㎡ 이하 기준 -2.39%로 최대 낙폭을 보인 후 올해 4월에는 -0.32%로 둔화 폭이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9.8906㎡가 1월 초 26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4월 6억원 상승한 32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중대형은 희소성이 있어 빠른 가격 회복성을 보였다"며 "하락기에 갈아타기를 시도하면서도 상승을 노리는 수요가 매매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