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현주소]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 없다···다윗과 골리앗 싸움
2023-06-14 07:10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국산 신약은 36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신약은 6개. 신약 중에서 연 매출 1조원인 블록버스터 치료제는 0개.”
현재 우리나라 신약 개발 현황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1%대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5%에 달할 만큼 가파르게 몸집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2805만 달러(약 1300조원)로 이 중 한국 시장 규모는 25조4000억원 수준이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도 매출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로서는 ‘블록버스터 치료제’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지난해 미국 매출 1692억원을 기록해 눈에 띈다. 회사는 2020년 5월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한 이후 12분기 연속 성장했다.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이 4분기 손익분기점을 넘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블록버스터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엔 아직 부족하다.
◆ 화이자, 매출 130조원 VS 삼성바이오, 매출 3조원 시대 개막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의 체급 차이도 상당하다. 미국 화이자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선두 기업 간 매출은 40배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중 처음으로 매출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시대를 열었다. 엔데믹 전환에 따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올해 매출 전망치는 710억 달러로 낮아졌지만, 이 분야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매출 3조원 시대 포문을 열었다. 코로나19 호조에 힘입어 매출 2조원대의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셀트리온은 첫 제품 출시 10년 만에 매출 2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다만 시장 전체 규모는 글로벌 제약사와 견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연구·개발(R&D) 규모 차이도 크다. 화이자의 지난해 R&D 비용은 123억8000만 달러로 약 15조9700억원에 이른다. 이 외 작년 기준 신약 R&D 규모는 로슈 147억 달러(약 19조원), 존슨앤드존슨 146억 달러(약 18조9000억원), MSD 135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등이다. 이들 기업은 매년 수십조원을 R&D에 쏟아붓는다.
국내 기업 중에선 셀트리온이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 이 회사가 R&D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4123억원이었다. 이어서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R&D에 2760억원을 투자했고, 국내 제약 업계 매출 3조원 시대를 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D에 2682억원을 썼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투자 규모를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력은 물론 인적 자원 등이 부족해 개발부터 출시까지 상당한 기간을 소화할 자본이 부족한 게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글로벌 제약 공룡들과의 협업과 M&A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예로 미국 바이오벤처였던 모더나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10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코로나 백신 개발에 14조원을 지원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90조~100조원 규모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