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요한슨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2023-07-02 06:00

 

어렸을 때 상상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눌러왔던 상상을 드러내는 순간 '현실 좀 생각하라'는 타박을 듣기 일쑤다 . 억누르던 상상에 대한 욕구 때문인지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보면 상상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그와 상상을 즐기고 직업으로 만들기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에릭요한슨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상상을 사진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뭔가.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상상한 걸 시각화 하길 원해서 작업을 하게 됐고 제가 상상했던 걸 작업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컴퓨터를 전공한 것으로 안다. 컴퓨터를 공부했던 것들이 사진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컴퓨터공학에서는 문제를 묻고 해결하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요. 제가 상상했던 걸 시각화 할 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동일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취미가 작업으로 이루어진 과정이 궁금하다.
10년 넘게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게 맞아요. 그래서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천천히 올라왔는데요. 초반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업들을 도와줬는데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내가 직접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것들이 이어져서 지금의 위치에 왔다고 생각해요 (웃음).
 
-만약 사진 속에서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어떤 사진으로 들어가고 싶나.
너무 좋은 질문이군요(웃음). 저는 'Full Moon Service'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요. 운전을 해서 돌아다니면서 달을 교체하면서 하루를 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에릭요한슨 'Full Moon Service'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으로 추억 속 한 장면을 만들어서 그 속에 살 수 있다면 어떤 추억으로 들어가고 싶나.
저는 작업을 할 때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지금은 볼 수 없는 어린시절 때만 볼 수 있었던 환상적인 세계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표현을 하려고 하는데요. 한 작품 속에 들어가고 싶은 것보다 과거에 추억이 있는 영감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수록 상상이 두려워 질 때가 있는데 작가님도 그럴 때가 있나.
저는 과거에 갇혀있지 않아요. 나이 먹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나이가 먹는다고 상상이 두려워지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상상이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언젠간은 상상이 없어지고 닳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운동과 비슷한 것 같아요. 상상을 더 많이 할수록 상상력이 자극이 돼서 더 많이 떠오른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앞으로 더 나아가서 미래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지금의 위치에서 즐기고 있어요.
 
-꿈과 상상의 의미가 비슷하다. 자면서 꾸는 꿈, 과거 그리고 현재의 꿈이 작품이 되기도 하나.
꿈들이 항상 영향을 주고 있죠. 미래에도 영향을 계속 줄 것 같은데 방식의 차이는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작품이 한편으로는 자화상 같기도 해요. 그 당시에 느끼는 꿈이나 상상력들을 발휘해서 자화상 같은 느낌으로 작품을 표현하고 있어요.
 
-자면서 꾸는 꿈이나 일상적인 것도 바로바로 기록을 안 하면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기록을 하고 있나.
자면서 꾸는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 일어나자마자 노트에 기록을 하려고 하는데요. 물론 잊어버릴 때도 있어요. 근데 자면서 꾸는 꿈보다 낮에 꿈을 많이 꾸고 상상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작품으로 많이 탄생해요. 자면서 꾸는 꿈은 너무 초현실적 일 수도 있고 현실 반영에 너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낮에 상상을 더 많이 해서 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있어요.

-에릭요한슨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궁금하다.
언제 어디서나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그 중에서 초현실 화가한테 영감을 많이 얻어요.
그리고 어린이 동화책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도 하는데 빠져들 게 만드는 효과도 있고 그 속에 비현실적인 것도 많지만 그런 것들이 재밌게 느껴지고 거기에 빠져있으면 영감을 많이 받아요.
 
-비현실이라고 하지만 작업을 통해서 현실로 만들면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
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시각화 시켜서 완성되는 걸 보면 기분이 너무 좋은데요. 작업이 길면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완성된 작업물을 보면 질리기도 해서 공유할 수 있게 던져 놓고 한동안 안 보려고 해요.
 

에릭요한슨 'You First' [사진= 김호이 기자]

-시작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시작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 너무 좋네요. 저도 공감해요. 저도 시작하는 게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런 분들에게 '일단 해봐라. 시도를 해봐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실패가 두려워서 시작을 못하면 결과물도 없잖아요.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를 통해서 얻는 것과 배울 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두려워도 시작을 해보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른 작업을 해도 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요.
 
-영감들이 언제 활용되나.
영감이나 상상력이 떠오르면 바로 스케치를 해서 기록을 하는데요. 처음에 스케치를 해서 봤을 때는 '이거 정말 훌륭하다. 완벽한 아이디어다'라고 느끼는데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생각보다 별로인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스케치를 하고나서 시간을 두고 보려고 해요. 그때 봤을 때도 좋으면 작품이 되는데 그걸 바로 작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그런 것들을 기록해서 언젠간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스케치 하고 있어요.
 
-작업에서 잘했다 못했다의 기준이 있나.
작품을 봤을 때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예술이 그렇듯 좋고 나쁨은 없겠지만 제가 작업할 때는 스케치할 장소를 찾아가서 여러 각도에서 찍고 작품 속에 담는데요. 작품을 봤을 때 좋은 감정이 느껴진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봐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하거나 다르게 보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저 '보고 있는 걸 어떻게 작품에 담을 수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세상을 많이 봐요.
 
-사진을 보면 작가님이 모델로 나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델이 될 때도 있는데 모델 선정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
아이디어를 스케치할 때부터 어떤 인물을 모델로 써야겠다는 걸 기획 하는데요. 친구나 지인, 지나가는 행인들이나 전문적인 모델을 섭외할 때도 있는데 전물적인 모델은 많이 안 쓰고 주변 지인들을 많이 써요. 최대한 일반인처럼 보이고 튀지 않는 인물들을 찾아요. 그리고 작업 후에 사람에 대한 포토샵은 거의 안하는데요. 사람이 튀는 것보다 작품의 전체적인 부분에 어울리는 것들에 신경을 써서 그런 부분들은 포토샵을 안 하고 있어요.

-장소 선정을 어떻게 하나.
특정 장소를 찾을 때도 있고 아이디어를 짠 것과 비슷한 곳을 찾을 때도 있어요.구글 어플을 통해서 많이 찾고 그 위치에 가서 테스트 사진을 찍고 앵글도 바꿔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장소를 찾아보기도 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제 작업이 오래 걸리는 거예요. 장소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는 게 오래 걸리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2019년에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작업을 할 때 자연풍경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을 많이 찍어봤는데 아직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용이 될 것 같아요.
 
-상상이란 에릭요한슨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나.
특이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합치는 게 상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우리 뇌가 가지고 있는 한계나 창의력을 테스트해보는 게 제가 생각하는 상상력이에요.
 

에릭요한슨 작가와 김호이 기자가 인터뷰하는 장면 [사진=김호이 기자]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보완 후 세상에 사진을 공개한다고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무엇이고 그 피드백이 최종적인 작품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주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한테 피드백을 받는데요. 가족들은 항상 너무 좋게 말해주고요. 지인들 중에서는 전문적인 포토그래퍼나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어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수용해서 작업할 때도 있고 저의 고집을 세워서 작업을 할 때도 있어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짜증이 나서 '할까 말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좋았을 때도 있어서 최대한 수용해서 해보려고 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맞지 않는 부분 같으면 제 고집대로 작품을 공개해요.
 
-쉬는 시간에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
걷거나 수영을 하거나 클라이밍 같은 운동들을 하는데요. 쉴 때 영감들이 더 많이 떠올라요. 그래서 뛸 때도 주머니에 노트와 펜 하나씩을 넣어서 뛰어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노트가 없으면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면서 뛰어야 되기 때문에 떠오른 걸 기록할 수 있도록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녀요.
 
-작업과 작업 사이에 틈이 날 때는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개념으로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이것저것 다양한 작품들을 한 번에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기는 따로 없어요.
 
-일상 속에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 중에 작업과 관련된 것들이 있나.
카메라는 아니고요. 공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기록하고 쓸 수 있게 공책을 가지고 다녀요.
 
-작업과 직업의 가치관이 있나.
항상 열려있고 창의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상상들을 사진으로 만들어 가고 싶나.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미래에는 어떤 것들이 영향을 줄지 잘 몰라서 그때의 저한테 영향을 주는 게 아이디어이자 영감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뭔가를 만들려고 하고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해요. 실패를 해도 실패를 통해서 분명 배울 것들이 있을 거고 뭔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창의적인 것들을 얻으려는 준비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김호이 기자와 에릭요한슨 작가 [사진=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