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곳간 채우기] 車개소세 다음은 기름값?…'서민세' 우선 손본다

2023-06-13 08:00
4월까지 34조 세수 펑크…연간 최대 100조 세수결손 예상
자동차 개소세가 신호탄…8월말 유류세 인하도 종료할 듯
법인세·상속세 개편은 추후…"상황 종합적으로 판단 결정"

[그래픽=아주경제 DB]


예상하지 못한 세수 결손 사태에 정부가 기존 감세 정책을 원상 복귀시키는 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 종료를 신호탄으로 유류세 인하 폐지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정상화 등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개소세 탄력세율(기본 5%→탄력 3.5%) 적용을 이달 말로 끝내기로 한 데 이어 8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재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종료 시점이 4월 말이었던 유류세 인하는 물가 부담이나 국제 유가 등을 고려해 8월 말까지로 4개월간 연장된 바 있다. 2021년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은 휘발유 기준 ℓ당 1800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1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현재 법이 허용하는 최저 한도인 60%로 낮춘 종부세 공정시장비율도 80%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종부세 기본공제 상향, 세율 인하, 다주택 중과세율 체계 사실상 폐지 등 정책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 상태다. 여기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가 18.6%나 낮아지면서 공정시장비율을 60%로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각종 세제 인하 조치에 대해 원상 복귀를 추진하는 이유는 심각한 세수 부족 때문이다. 

'4월 국세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1~4월 누계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대 폭 감소다.

세수 진도율은 33.5%로 지난해 같은 기간(42.4%)보다 8.9%포인트 낮다. 최근 5년 평균(37.8%)과 비교해도 4.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걷어야 할 세금 400조5000억원 중 4월까지 33.5%만 걷혔다는 의미다.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이 기간 개소세는 3조3000억원 들어와 지난해(3조4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올해 개소세 예상 세입이 전년 대비 1조원 정도 많아 이를 감안한 진도는 부진한 편이다. 정부는 이번 개소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서 세수를 5000억원 안팎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류세 인하로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수는 지난해에만 5조5000억원 감소했고 종부세 역시 지난해 가을에 올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세수가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올해 발표된 공시가 하락분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대비 올해 종부세 감소분은 2조~3조원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깎아준 세금을 원래대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여기에 기대한 대로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호전돼 수출이 늘어나면 최악의 '세수 펑크'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법인세와 상속세 등에 대한 개편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기업·중소기업·중견기업 세율을 각각 1%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이 최종 국회 문턱을 넘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지난해 진통 끝에 법인세를 개편했는데 올해 정부가 지난해 제출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제출하면 국회 논의 자체가 안 될 것"이라며 "한 해 정도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도 장기 과제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가업 승계, 대주주 지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재계 쪽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별 세수 사안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자동차 개소세 인하 종료 조치를 토대로 종부세 공정시장비율이나 유류세 인하 문제를 추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