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北김정은,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초읽기

2023-06-06 05:00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움직임…발사체 장착건물 이동
北, IMO에 '사전 미통보' 예고…김여정, 재발사 시사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합동참모본부]


군사정찰위성 1차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곧 재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의 2차 발사장으로 유력시되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또 위성을 쏘더라도 국제 항행 안전을 위한 국제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만큼 기습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5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위성발사장의 동향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동창리 지역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북한의 2차 발사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 인정한 엔진이나 연료의 문제점을 개선하게 되면 아마도 준비하게 될 텐데, 그런 가능성을 포함해서 발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3일 촬영한 서해위성발사장 일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움직임이 관측됐다.
 
동향이 포착된 곳은 서해위성발사장의 기존 발사장이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1차 발사는 기존 발사장에서 3㎞가량 떨어진 해안에 건설된 신규 발사장에서 진행됐다. 발사체를 옮기고 수직으로 세워 발사대에 장착시키는 설비인 이동식 건물이 발사 패드 중심부로 이동한 상태다.
 
첫 위성 발사 직전인 지난달 29일자 위성사진에서는 이 건물이 갠트리 타워(발사대) 바로 옆에 있었다. 이후 약 5일 만에 갠트리 타워와 분리돼 약 100m 떨어진 지점으로 옮겨졌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오전 6시 27분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했다는 발사체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1차 발사 약 2시간 30여분 뒤인 오전 9시 5분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로 발사 실패를 인정하며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주권 국가의 모든 합법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며 재발사를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의 글에서 “앞으로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위성 발사 때 IMO에 사전통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이라며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서 IMO에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발사를 예고했다.
 
전문가 “실패원인 찾으면 빠른 재발사 이뤄질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과거와 달리 빠른 시간 내에 재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국장은 “북한이 2년 전부터 군사정찰위성을 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실패했으니 김 위원장의 체면이 많이 손상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를 것”이라며 “실패 원인만 찾는다면 빠른 발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향후 위성 발사 때 IMO에 사전통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신 국장은 “동창리에서 발사되는 발사체가 동중국해 해상에 낙하하기 때문에 IMO까지는 통보하지 않더라도 중국에는 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5월 31일 오전 6시 29분 경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1형)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 우리 군은 같은 날 오전 8시5분경 낙하지점에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하는 데 성공해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