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4년 묵은 '초계기 갈등' 풀었다…한·미·일은 '北미사일 정보' 공유

2023-06-04 14:35
한·일, 북한 우주발사체에 "안보리 결의 위반" 한목소리 비판
한·미·일, 2018년 이후 중단된 해양차단훈련·대해적훈련 재개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이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 계기에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대신과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방 교류 최대 걸림돌인 ‘초계기 갈등’의 실마리를 풀었다. 한·일 국방장관이 3년 6개월 만에 만나 해당 갈등에 대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키로 하면서다. 한·일 안보협력과 국방당국 소통과 맞물려 한·미·일은 올해 안에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참석을 계기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을 개최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 “(양측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며 “실무협의부터 시작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 국방장관 간 양자회담은 2019년 11월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방위상 간 만남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겨냥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레이더 겨냥은 없었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국의 진실 공방과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그동안 한·일 국방 고위급 교류와 협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국방부는 “한·일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가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한·일 국방 당국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과 5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와 관계 증진을 선언한 만큼 국방 당국도 이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일은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두 장관은 “5월 31일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해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진전시키고, 한·일 국방당국 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협력 증진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또 양 장관은 “국제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지역 및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한·미·일, 북핵·미사일 공조 ‘속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공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하마다 방위상은 3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3국 간에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에 가동하기로 했다. 현재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각각 양자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미국이 제공국 승인을 거쳐 양측에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과정 없이 3국이 동시에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2018년 이후 중단된 3국 해양차단훈련과 대해적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미 부활한 3국간 해상 미사일방어훈련과 대잠전훈련에 대해서는 정례화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 통합막료감부가 공동으로 연간 연합훈련 계획을 수립해 효율적이고 예측가능한 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3국 간 군사 협력의 수준을 격상하기로 했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틀째인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