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고 충전요금 오르고···힘 빠지는 '전기차 메리트'

2023-05-31 05:50
급속충전기 ㎾h당 400원대 시간문제
내연차 부과세금 전기차에 물릴수도

전기자동차 구매 시 지급되는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세금부과 체계 개편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146.6원에서 154.6원으로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오른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 종료에 따라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기 요금을 50㎾ 기준 292.9원/㎾h에서 324.4원/㎾h으로, 100㎾ 기준으로는 309.1원/㎾h에서 347.2원/㎾h으로 인상했다. 이후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는 민간업체들도 줄줄이 인상에 동참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충전요금이 100㎾ 이상의 급속충전기 기준 400원대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77.4㎾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평균 복합전비 4.8㎞/㎾h)가 월 2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100㎾ 급속충전기(347.2원/㎾h)를 이용하면 14만4666원의 충전요금이 든다. 충전손실률을 감안해 이보다 10%를 더 충전하면 약 16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슷한 차급인 현대차 SUV인 투싼 하이브리드(15.3㎞/ℓ)를 같은 조건에서 운행할 때 필요한 휘발유 양은 129ℓ로 이날 전국 휘발율 평균가격인 1599.90원/ℓ로 계산하면 20만6387만원의 비용이 든다. 

아이오닉5와 투싼 하이브리드의 비용 차는 약 20%에 불과하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휘발유보다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이 예상되면서 이 같은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충전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보급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마다 전기차 구매시 지급되는 보조금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기존 최대 700만원에서 중·대형 680만원, 소형 이하 580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차종별 최대 보조금액은 인하하는 대신 지원 대수를 늘린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원받을 수 있는 차량가격 기준을 5500만원 미만에서 5700만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내연기관 운전자가 내는 세금을 전기차 차주들에게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세금 부과 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내연기관차에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에만 제공되는 세금(개소세 및 취득세) 감면 혜택도 향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냐 전기차냐를 구분하지 않고 주행거리 등을 따져 세금을 매기는 ‘주행거리세’가 유력한 상황이다. 차량 연료 종류와 무관하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고, 더 많이 주행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에도 맞는 대안이다. 충전용 전기에 세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면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이미 전기차 보급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고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시 지급되는 혜택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이 전기차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