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엡손 '히로오카 사무소' 가보니···"물 한 컵에 폐지의 70% 재생산"

2023-05-25 09:00
프린터 기술의 첨병 '히로오카 사무소'···페이퍼랩 등 혁신 기술 多

지난 24일 방문한 일본 나가노현 시오지리시 소재의 엡손 히로오카 사무소 [사진=김수지 기자]

지난 24일 해가 쨍쨍했던 일본 나가노현에서 엡손의 히로오카 사무소를 방문했다. 축구장 30개 면적에 달하는 22만㎡의 부지로 일본 내 사무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근무하는 임직원만 6800여 명에 달한다. 잉크젯 프린터를 생산 및 개발하는 핵심 본부다.
 
엡손 관계자는 “매년 1500만대의 컨슈머 프린터를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며 “이미 상업용 프린터에서도 신뢰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이 기술을 컨슈머 쪽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오카 사무소에선 잉크젯 프린터 제품과 잉크젯 프린터용 ‘프리시전코어(PrecisionCore)’ 프린트 헤드를 만든다. 기자단은 이곳에 마련된 총 4개의 솔루션 센터를 살펴봤다. 페이퍼랩, DTF(Direct To Fabric), 라벨 프레스, LFP(Large Format Printer) 등이다.
 
특히 페이퍼랩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이는 일종의 종이 재생 기계로 2016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후 유럽을 포함해 일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판매하지 않지만, 기존 모델을 보다 향상해 내년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작년 말 일본의 한 전시회에서 새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새 모델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졌다. 또 가격은 미정이지만,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엡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하는 페이퍼랩은 한 대당 2억5000만엔으로 이날 환율 기준 24억원 정도다. 내부 습도 유지를 위해 물 한 컵 정도만 사용돼 친환경적이다. 1분에 A4 약 12장, 1시간에 720장을 생산할 수 있다.
 

엡손의 종이 재생 기계 '페이퍼랩' [사진=김수지 기자]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는 페이퍼랩에 대해 “무엇보다 보안 측면에서 고객사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며 “사무실 안에서 종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좋다는 반응이지만, 너무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도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퍼랩의 새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 직접 확인한 페이퍼랩은 아직 보완할 점이 있어 보였다. 폐지를 넣어 바로 새 종이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획기적이었다. 색이 있는 종이를 넣어도 흰 종이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6개 카트리지 세트인 ‘페이퍼플러스’가 탑재돼 재생산 과정에 첨가물이 들어간다.
 
하지만 새 종이를 만들기 위해 가동할 때마다 먼저 20장의 불량 종이가 나온다는 점은 아쉬웠다. 또 폐지 1장을 넣으면 70%만 재생할 수 있다는 게 엡손 관계자의 설명이다.
 
엡손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알 수 있던 또 다른 제품은 ‘모나리자’였다. 이는 울, 실크, 레이온 등 대부분 패브릭에 인쇄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다. 이날 솔루션 센터에서는 대형 천에 무늬가 실시간으로 인쇄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모나리자는 안료 잉크(피그먼트 잉크)를 사용해 스팀, 세탁 등 별도의 사전·후 처리가 필요 없다. 패션 산업에서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면 최대 60일이 소요되지만, 모나리자 등 디지털 방식으로 하면 3~14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
 
엡손 관계자는 “노동력, 폐기물, 물 오염 등 패션 산업은 3가지의 사회적 이슈가 있다”며 “이런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엡손이 만들어 낸 게 디지털 프린팅이고,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모나리자”라고 설명했다.
 
 

엡손의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 '모나리자 8000'으로 대형 천에 인쇄를 하고 있다. [사진=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