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박기업 실적 비상···中 수출 반토막에 전력비까지 올라

2023-05-25 18:40
전기차 배터리 음극질전체 핵심 소재
中 보조금 정책 폐지로 수요도 감소
전력비 인상땐 영업이익률 1~2%p 조정

국내 동박 기업들의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향 물량이 반 토막난 상황에서 전력비 부담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4월 한국 기업들의 중국향 동박 수출은 전년 동기 7732톤(t) 대비 51.3% 줄어든 3760t을 기록했다. 동박은 얇은 구리 포일로 전기차 배터리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중국은 국내 동박 수출의 가장 큰 비중(지난해 기준 35.3%)을 차지하는 국가다. 올해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면서 1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0% 감소하자 중국 동박 수요도 함께 줄었다. 

이는 국내 동박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실적에도 반영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1분기 매출 1636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0%, 72.0% 줄었다. 같은 기간 SK넥실리스는 매출 1804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5.0% 줄었고 영업이익은 98.8% 줄었다. 중국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발생하면서 발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파악된다. 

올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전력비 인상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력비가 동박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원재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1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기요금은 지난해 7월 인상(kWh당 5원) 이후 10월(7.4원), 올 1월(13.1원), 이달 16일(8원)까지 세 차례 올랐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 2월 6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력비 인상이 4분기 부진한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전력비가 추가로 인상되면 영업이익률이 1∼2%포인트(p)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양사는 매출 부진에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 지표로 통한다. 롯데에너지머티얼즈는 올 1분기 599억원가량의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마이너스 76억원에서 8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3874억원으로 전년동기 1906억 대비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 SK넥실리스의 모회사 SKC는 2036억 가량의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166억원)보다 870억원 증가했다. 

해외 증설, 인수합병(M&A) 등 투자할 곳은 많은데 영업현금흐름은 악화하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C의 현금관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상반기 일시적인 동박 사업 부진에 국내 공장 단기 가동률 조정 및 재고 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권가의 시선은 하반기로 향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각각 말레이시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달리 전력비가 저렴해 여기서 매출이 나오는 시점에는 수익성 회복이 가능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는 국내에 배정돼 있는 동박 물량들이 말레이시아로 이전될 전망"이라며 "이외 북미 증설 계획 및 해외 신규 고객 확보는 하반기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제품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