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외교 성과' 추동력 삼아 '국내 개혁' 보폭 넓히자

2023-05-26 06:00
尹정부 1년 (3)

[곽재원 논설위원장]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의 직접 재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드는 것이고, 도전 정신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평소 소신을 재삼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윤석열 정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복원의 1년-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데 전념해 왔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며 ”경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시장경제 조성과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 국가전략기술 육성과 인재 양성, 청년의 국정 참여 확대로 담대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보고서는 지난 1년간 경제 성과를 구체적으로는 △민간·기업·시장 중심 경제 운용 강화 △원전 생태계 복원 △부동산 시장 정상화 △규제 개혁 △세계 6위 수출대국 달성 △6대 국가 첨단산업 육성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과 미디어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사실 어느 시대 대통령이든 취임 1년 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지 않다. 대통령을 지지한 측은 기대에 미흡하다며 점수를 덜 주고, 반대하는 측은 잘한 것보다는 못한 부분을 확대해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권 교체가 이념 성향을 크게 반영하여 이뤄졌을 때 평가는 호의적인 점수를 얻기가 어렵다. 게다가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한 윤석열 정부 1년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편향된 보도와 분석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민심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나라) 안에서 안을 들여다보기가 아니라 안에서 (나라) 밖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시각과 시좌(視座)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미·중 마찰,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 세기적인 이슈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다. 전례 없이 내치(內治)와 외치(外治) 구분이 희박해진 시대다.
윤 대통령의 한·미·일, 한·미, 한·일 등 3각 또는 셔틀 외교와 그 정점에 이르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참석은 윤 정부의 1년 평가에서 최대 점수 항목이 될 것이다.
G7을 복기해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가 명확해 진다. 일본이 의장국인 G7 히로시마 서밋은 세계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개최됐다. 지금은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대한 경제 개방성이 위협받고 있어 그 혜택이 상실되고 있는 시기다.
예컨대 세계 금융위기 회복 지연, 무역마찰,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시화된 지정학적 리스크, 호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국, 인플레이션 진행, 금융시스템 불안 재연 등은 모두 선진국 정책당국에 골치 아픈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과제가 수십 년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G7과 관련해 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전 미국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이들은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관련된 점에서는 경제문제지만 세계화와 기술 변화, 코로나 팬데믹,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구조적 충격에 대해 각국 정부가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정치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G7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에 대해 ‘성장과 혼란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설명했다. 동전의 앞면인 성장에서는 이노베이션 추진, 기술 변화와 세계화를 위한 열린 경제의 유지가 중요하고, 동전의 뒷면인 혼란에서는 열린 경제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고, 중국과의 통상문제 대처를 통해 막는 일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성장에 필요한 경제의 개방성과 파괴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가계·기업·사회가 변화에 적응하는 가교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지지가 뒤따라야 한다. 경제의 현주소와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은 단기적·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지만 더욱 뿌리가 깊은 것은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기인하는 경제적 혼란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글렌 교수는 “정치판에서 이런 불안을 더욱 중대시한다면 국내 경제의 쇠퇴와 대외 입지 약화만이 강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G7에서는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한 성장 기회를 주요 의제로 잡았다. 구체적으로는 △규제·세제 정책의 불투명성 같은 장벽을 줄이자 △기초연구에 대한 공적 지원이 유효하며 노동시장과 사업 환경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사업·경쟁에 진입 장벽을 낮춰 기회 확대를 실현하자 △스킬 습득과 지역에 뿌리를 둔 교육훈련에 대한 공적 지원도 효과적이다 △취업 지원이나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적 지원은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는 등 전문가 제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아울러 G7 참가국들 사이에서는 디커플링(분단)이 강조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최대 목적인 최첨단 기술, 특히 주요 방위기술에 관한 한 분단은 타당하다고 여기지만 양측에 이익이 될 무역기술 기준에 대해 중국 정책당국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국과의 공조는 특히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같은 글로벌한 과제의 대처와 관련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G7 서밋은 참가국들이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기회가 됐다. 한국의 존재감도 전례 없이 커졌음을 보여주었다.
윤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넘어 지금부터는 한·미·일, 한·미, 한·일 그리고 G7 외교의 성과를 국내 개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조사회사 모닝컨설턴트는 세계 리더들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한다. 이 회사의 최신 조사 결과에서 G7의 최고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49%이며, 그다음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42%,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39%,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34%, 리시 수낵 영국 총리 33%,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31%의 순으로 나타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폭증하는 국가적 과제 속에서 리더들의 낮은 지지율은 하나의 추세인 듯하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대립은 정권과 그 리더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를 만드는 추동력이 될 수 있다.


 

[윤대통령 현장 방문일지]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경제 활력을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개혁을 해야 한다. 윤 정부는 외교적 성과에서 그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많은 기업 현장을 찾고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기업 중시의 미시경제정책, 이른바 신산업정책은 윤 정부 경제정책의 골간(骨幹)이다. 미·중 기술경쟁과 제조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분단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다. 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성장 4.0전략-15대 프로젝트’(기획재정부), ‘국가연구개발 8대 투자방향’(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초격차 11대 핵심투자분야‘(산업통상자원부)를 마련했다. 디지털전환(제조·인력, 소재, 지식서비스)과 그린전환(에너지·저탄소·재활용), 플랫폼 전환(유통·물류, 제품·서비스)과 이와 관련한 전략산업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 종착지는 산업대전환이다.
이런 방대한 신산업정책의 성공요건은 먼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정책이 가계와 기업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바람직한 노동·투자 환경을 갖추려면 노력에 보답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과 취업 기회가 늘고 이노베이션 창출과 생산성·임금 상승이 가능해진다. 장래를 내다본 교육훈련과 산학협력의 기회 창출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 같은 정책 추진에는 정부 예산 문제를 뒤따른다. 게다가 대폭 증세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장기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인공지능(AI)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챗GPT에 한국 경제의 강점과 약점을 물었다. 강점은 정부의 정책, 연구개발력, 인재 등이며, 약점은 노동 문제 등으로 나왔다. 아주 평범한 답이다.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강점과 리스크는 무엇이고 이 분야에서 한국이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기술 인프라,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 연구개발 투자, IT(정보통신기술)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리스크로서 기술 선진국들과의 격심한 경쟁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러면서 3가지를 제언했다. 연구개발 강화, 창업가 정신과 스타트업 육성,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교육 강화를 도약의 조건으로 들었다. 이 역시 많이 듣고 있는 내용이다. 모든 정책은 기본에서 출발한다. 챗GPT는 우리의 기본을 일깨워 주며 나아갈 벡터(방향)을 확신시킨다.
윤 정부 1년의 경제정책 경과와 시사점을 정리한 많은 보고서들이 있다. 시장경제정책의 재정착 과정을 적시하면서 하반기 경제 부양과 세수 위기 극복을 과제로 다룬다.
윤 대통령의 외교 동선이 크게 펼쳐지면서 기업 현장을 찾는 발걸음이 더 빈번해 질수록 경제는 한층 활기를 띨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