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4주기] 與野 정치권 집결..."전직 대통령 예우" vs "역사 후퇴"

2023-05-24 07:19
이재명, 尹 정부 겨냥해..."민주주의 퇴행하는 중"
김기현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 반복돼선 안 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엄수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집결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한편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 겹악재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나섰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2년 연속 추도식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이해찬 전 대표와 정세균·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도 야권 원로들도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계인사들이 등장할 때는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고, 국민의힘 인사들에게는 싸늘한 시선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고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췄거나 또 과거로 일시 후퇴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했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잇달아 터진 논란들을 의식한 듯 "민주당을 둘러싸고 있는 위기 앞에 겸허했는지 철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적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21년 당 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12주기 추도식을 찾은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봉하마을 찾았다. 국민의힘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정점식 의원(경남도당위원장), 윤희석 대변인도 동행했다.

김 대표는 추도식 참석 배경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확신한다"며 "생각과 철학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존중을 표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경남 거제시에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이날 하루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겨냥한 행보를 한 셈이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던 역사적 공을 잘 기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 측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도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 대신 조화를 보내고,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유족들을 위로하는 애도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