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임박] 증권사, 수익률 경쟁 우위 자신감…점유율 확대 박차
2023-05-24 00:15
ELB·ETF·펀드·채권·리스 등 다양한 투자전략 가능
편의성 높인 디폴트옵션 적용… 후발주자 한계 극복
편의성 높인 디폴트옵션 적용… 후발주자 한계 극복
퇴직연금 시장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전유물이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이 어느 덧 22%를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디폴트옵션까지 활용해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이 공시된 14개 증권사의 확정급여(DB)형 원리금 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은 2.36%로 나타났다. 이 중 수익률이 높은 곳은 KB증권(3.18%), 신영증권(3.08%), 대신증권(3.04%) 순이었다.
확정기여(DC)형 원리금 보장 상품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2.68%였다. 한화투자증권(3.57%)이 가장 높았고 KB증권(3.14%), 신한투자증권(3.11%)·한국투자증권(3.11%)이 뒤를 이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의 평균 수익률은 2.94%로 집계됐다.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는 한국포스증권(3.62%), 한국투자증권(3.55%), 한화투자증권(3.38%) 등이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타 업권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은행,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상품은 예금·펀드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가 제한되지만 증권사는 연계파생결합사채(ELB)·상장지수펀드(ETF)·주식형 펀드·채권·리츠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차 운용 실적이 중요해지면서 ETF, 펀드 등 실적배당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할 땐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시장이 개선되면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크게 앞지른다.
2021년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13.6%였다. 2010년만 해도 6.5%였지만 점차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권에서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28%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22.7%였다. 2018년 19%, 2020년 20%, 2021년 21%, 2022년 22%를 넘어섰다. 은행업권에 비하면 점유율은 절반 수준이지만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보험업권을 위협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오는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더 가파르게 적립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디폴트옵션 상품 10개를 승인받으면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한도를 꽉 채웠다. 47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10개 승인 절차를 마친 곳은 삼성화재에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두 번째다.
증권업권에서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이 회사는 1분기 기준 계열사 적립금을 제외하면 우리은행을 제치고 전 업권 통틀어 5위를 달성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가입자의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운용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증권사 상품 선택 시 더 유리하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