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테슬라에 자극받은 현대차, 美 시장서 전기차 선도업체로 우뚝"
2023-05-23 14:47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작년에 685만대의 차량을 판매해 도요타(1048만대)와 폭스바겐(830만대)에 이어 세계 제3위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처럼 현대차가 전 세계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데에는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는 염원이 크게 작용했다고 WSJ는 짚었다.
마이클 오브라이언 전 현대차 부사장은 "2017년 출시된 테슬라의 모델3 성공이 현대의 눈을 뜨게 했다"고 말했다. 모델3의 성공은 전기차 시장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에 자극받은 현대차 경영진이 지체없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의 위치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조차 "현대는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업체는 현대·기아, 중국업체들과 테슬라이다. 그게 내 리스트이다"며 찬사를 보냈다.
WSJ는 현대차가 경쟁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분석했다. 1930~40년대 미국 미니밴인 '스타우트 스캐럽'의 디자인을 본 딴 현대 아이오닉6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아이오닉6는 디자인과 연비 모두에서 호평을 받아 '2023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이상엽 현대차 글로벌디자인센터장 겸 부사장은 "사실 10년 전만 해도 우리의 디자인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선두업체를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의선 회장이 '스타우트 스캐럽'의 사진을 자신에게 보내오면서 모방을 중단하고 경쟁자들보다 앞설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경영 쇄신
WSJ는 현대차가 경영 및 조직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1986년 중저가 브랜드로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96년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 품질 개선을 우선 순위로 제시하고 전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생산 조직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의사 결정 대부분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는 미국과는 멀리 떨어진 서울 본사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당시 미국에서 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붐에 대응하는데 실패했다고 WSJ는 전 현대차 임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랭크 아렌스 전 현대차 홍보 담당 임원은 당시 현대차 조직이 피라미드 같았다며 "현대는 항상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군대같은 조직으로 평가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전 폭스바겐 디자이너를 현대 역사상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장에 앉히는 등 주요 직책에 외국인 인력을 적극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력이 더해지며 경영 측면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것을 원했고, 좋은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시선이 가 있었다"는 전 기아 디자이너 레이 응의 말이 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영 스타일이 전기차 시장에 대한 과감하고 빠른 투자로 이어졌고, 팬데믹 기간 중 전기차 수요 급증 등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현대차는 과거 중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전기차 선도업체로서의 '쿨'한 이미지를 갖추는데 성공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작년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모델의 주된 구매층은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는 것이다.
9개월의 대기 기간 끝에 현대 아이오닉5를 구매했다는 메인주 포틀랜드의 의사 앤드류 맨콜은 "내가 현대 팬이냐고 묻는다면, 2년 전에는 아마 '노'라고 답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지금 대답은 '예스'이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