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불법 해외입양', 국가 책임감은 어디에
2023-05-22 16:34
올해는 국제입양 70주년이고 지난 11일은 '입양의날'이었다. 입양의날은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날로 2006년 제1회를 맞이했다. 2012년에는 제7회 입양의 날을 맞아 입양아동의 권익 보장 및 국외입양의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도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재단법인 중앙입양원이 설립되고 입양정보통합관리시스템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국내 입양시스템은 꽤 잘 마련돼 있는 것 같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아동 수출국 1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한국에서 해외 입양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전쟁고아, 미군과의 혼혈아를 외국에 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1970~80년대에 해외입양이 오히려 급증하는데, 정부가 '해외입양 자율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입양기관들을 중심으로 허위문서 제작, 신분 세탁 등 입양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들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양알선기관에서 아이 한 명을 입양 보내면 5000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아원에 잠시 맡겨졌다가 친부모 동의 없이 기관에 의해 해외로 입양되고 양부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하는 등 이 당시 많은 아이들이 '수수료'의 희생양이 됐다.
법원은 친부모가 있는데도 입양 과정에서 신씨를 고아로 만들고 불법적으로 해외로 보낸 입양기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복지회의 보호의무 위반 사실을 면밀히 조사하고 별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입양 정책을 만들어 놓고 정작 후견인 의무를 관리감독 하지 않은 정부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한다면 국가는 언제든지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이것이 국민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지 감독할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