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놓고 보험권 잡음 또…이번엔 '예실차' 논란
2023-05-21 14:29
메리츠화재 예실차 이익 1100억원, 업계 최대
예실차 클수록 신뢰성 있는 보험사?
"상품 구성 달라 예실차 다르게 산출"
당국의 세부 지침 필요성 거론도
예실차 클수록 신뢰성 있는 보험사?
"상품 구성 달라 예실차 다르게 산출"
당국의 세부 지침 필요성 거론도
21일 보험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1100억원의 예실차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삼성화재(614억원)와 DB손해보험(270억원)에 비해 관련 수치가 높게 산출됐으며, 사실상 업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보험금, 사업비 등 자금이 빠질 것으로 추산한 규모와 실제로 발생한 지출 규모의 차이를 말한다. 실제 빠져나간 보험금 등 지출 비용이 예상치보다 적으면 그 차이만큼 수익으로 계산된다. IFRS17 체제에서는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통해 보험료 등 보험이익과 보험금 등 지출비용 등을 예측한다.
그러나 최근 메리츠화재가 예상 지출을 높게 잡으면서 예실차를 크게 벌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 40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예실차는 해당 수치의 27.1%에 달한다. 여기에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예실차가 각 회사별로 얼마가 되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쓰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며 "예정 대비 실제 손해율이 90%밖에 안 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쓰고 있다”고 언급해 관련 논란을 키웠다.
보험권 일각에선 예실차 이익이 많이 발생할수록 더 신뢰할 수 있는 보험사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김 부회장의 발언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경우 타사 대비 실손보험 및 자동차보험 등의 비중이 적어 손해율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고, 각사별 운영 중인 상품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실차 역시 다르게 산출될 수 있다"며 "예실차로 업체별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국이 추후 제시할 IFRS17 가이드라인에 예실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 중 IFRS17 제도하에서의 세부 지표 산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간 보험사 세부 지표 산정 방식이 일원화되지 않은 데다 올해 1분기 수치들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곳들이 생겨나면서 '비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은 계리적 가정의 적정성을 찾아가는 자정기능이 존재해 예실차 조정이 가능하다"며 "다만, 각 사별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이번 가이드라인에 예실차에 대한 세부 기준도 포함시켜 시장 혼란을 빠르게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