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특사, '러-우 중재' 유럽 순방 나섰지만…서방 의구심 커져

2023-05-16 11:47

[사진=AP·연합뉴스]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유럽 순방을 시작한 가운데 중국이 중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서방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리후이 유라시아 특사가 유럽 5개국 순방길에 나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후이 특사는 16~17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시작으로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을 돌며 우크라이나 전쟁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가 성사되면서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직접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특사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관련국에 파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CNBC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에 대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는 것"이라며 "누가 전쟁에서 승리하는지 또는 평화 협정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중국은 누가 승리하든지 간에 평화를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은 향후 유럽 안보 구조를 설계할 때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중국은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있어 핵심적으로 비춰지길 원하고, 유럽이 전쟁에서 회복하는 데 있어 주연으로 보여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에 성공하게 되면 유럽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은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수교를 중재하며 중동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쳉 첸 뉴욕대 교수는 중국이 외교적 개입에 나서는 건 이타적인 관심 때문이 아니라며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외교력을 증강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체면을 살리면서 종전을 성사시키게 되면 러시아를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표방했던 아시아·남미·아프리카·오세아니아의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중국은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역시 중국의 계산하에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거부하고 오히려 러시아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중국의 역할론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올렉산드르 무시엔코 우크라이나 군사·법률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러시아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