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줄어도 걱정, 늘어도 걱정…인구문제 일희일비 말아야

2023-05-10 16:59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세계가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인구국이 중국에서 인도로 바뀌었다. 1위 자리를 뺏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 대서특필되었지만 1위가 된 인도는 인구증가를 계속할 것인가? 인도 국민가족보건조사에서 2019∼2021년 인도의 합계출산율은 2.0명으로 2015∼2016년 2.2명보다 떨어졌다. 도시지역의 합계출산율은 1.6명으로 하락했다. 인구 감소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017년 1.05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2022년에 0.78명으로 추락해서 비상이 걸렸지만, 출산율이 높다 해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하는 국가도 최근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스웨덴은 2017년에 1.78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66명으로 하락한 것을 비롯하여 프랑스는 동기간에 1.86명에서 1.79명으로, 영국은 1.74명에서 1.56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독일이 1.57명에서 1.53명으로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스웨덴 프랑스 영국은 이제 인구 감소 걱정이 없는 나라의 지위에서 멀어진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높기로 유명한 이스라엘도 3.11명에서 2.90명으로 낮아졌다.
 
그동안 인구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자타가 인정했던 국가들에서 합계출산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엔데믹으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2019년 말에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요인일 수 있겠으나 출산율 하락이 2010년대 중반에서부터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률 둔화도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선진국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선진국 전문가들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원인과 대책을 이들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정책에서 찾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고,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의 총인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인구는 80억4531만명이고, 2037년에 90억명, 2058년에는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UN은 전망하고 있다. 1927년에는 20억명에 불과하던 것이 100년도 되지 않은 2023년에 4배가 된 것이고, 그 속도는 줄고 있지만 35년 후에는 또 20억명이 더 증가된다. 개별 국가별로는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지만, 지구 전체로는 식량, 에너지, 자원, 환경 등을 고려하면 이미 인구과잉 상태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종족 유지와 확산을 위하여 지구 개발을 남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인구 감소나 증가는 해당 민족과 국가 이익의 문제일 뿐 지구상 인구 전체의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곰곰이 생각하면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 처음 수렵생활을 하였던 20만년 전에는 한 무리의 동물에 불과했을 것인데 지금 80억명이 되었으니, 아주 길게 보면 인구의 감소와 증가로 一喜一悲 할 일은 아니다. 지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증가할 수 있고, 지금 현재 증가하고 있다 하여도 영원히 증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인구가 늘어난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도 아니고 인구가 감소한다고 마냥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왜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했다 하더라도 왜 출산을 꺼리는지에 대해서 인구문제를 떠나서 스스로 성찰할 필요는 있다.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종족 번식의 욕구를 가지고, 인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의 사람들이 출산을 꺼리는 상황은 본능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고도의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할 때의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는 판단에 기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과 양육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비용이 매우 높은 나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사회적 비용과 그리고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출산과 양육에서 메리트를 찾기 힘들 것이다. 개인과 가족의 사적 비용부담을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해결할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저출산에 투입할 사회적 비용을 조달할 국가재정 능력은 현재도 쉽지 않지만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출산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범인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민을 굳이 꺼릴 이유는 없다. 거창하게 이민정책을 논하기 이전에 저출산으로 인력부족이 생긴다면, 필요한 인력이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다. 과거 국내에 인력이 남을 때 만주 하와이 독일 중동 등지로 우리 동포가 일을 찾아 나갔듯이, 그리고 현재는 200만명 내외의 해외 인력이 국내에서 이미 일하고 있듯이, 정치적으로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지 않기만 하면 된다. 또한 이민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주장하기 이전에 국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 여성, 중고령자의 낮은 고용률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백화점식 임시방편적 설익은 저출산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국가 인구 문제를 긴 안목으로 조망해야 한다. 도도한 인구변화 흐름 그 자체를 급격히 돌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인구확대기에 만들어진 경제 사회 시스템을 인구감소기에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적기에 완성해야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