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금융] 소형 저축은행 "살길 안보인다"

2023-05-09 05:10

[사진=아주경제 DB]


지방 소재 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기존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는 것은 물론, 예·적금을 통한 신규 자금조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권에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차곡히 쌓여 온 잠재부실이 터지면 결국 ‘지방 저축은행’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전국 지방 소재(서울·경기·인천 제외) 저축은행 37곳의 작년 말 총자산은 23조1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2위 업체인 SBI저축은행(16조3792억원)과 OK저축은행(13조9990억원)의 합산 자산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영세 저축은행은 일제히 지방에 쏠려있다. 자산 규모 3000억원 미만 업체 18곳 중 영진저축은행(경기)과 평택저축은행(경기)을 제외한 16개 업체가 모두 지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건전성 상황도 좋지 못했다. 영세업체의 작년 말 연체율은 4.9%로 업계 평균(3.4%)을 크게 웃돌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1%로 업계 평균(4.1%)보다 1%포인트 높았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악성 부채를 뜻한다. 단기채무 지불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성 비율 역시 160.3%로 업계 평균(177.3%)에 못 미쳤다.
 
최근에는 고객 이탈 흐름도 가시화됐다. 18개 업체의 작년 총 거래자는 재작년보다 2956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대형업체(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거래자가 55만7844명이나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더 큰 문제는 기업에 대한 대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이들 18개 업체의 기업대출 합산액은 2조1893억원으로, 전체 중 82%를 차지했다. 상위 5개 업체의 대출 비중이 기업 56%, 개인 44%로 고르게 분포된 것과 대비된다.
 
이들 업체는 소재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경우가 대다수다. 즉, 향후 지역 경기에 따라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취급 중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역시 일제히 후 순위에 쏠려있다. 이 경우, 사업장 부실이 발생하면 정상 회수를 장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자금조달 환경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기존 고객들이 제1금융권으로 대거 이탈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대형업체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식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찾는 발걸음은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부실 징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완충력이 높지 않아 일부 사업장의 부실에도 자본비율 유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부실 발생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촉발되면 대형 저축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