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성과와 과제①] 韓경제, 먹구름 속 햇살 기웃…부양책 시동은 머뭇

2023-05-09 17:07
꿈틀 살아난 내수소비...하강세 다소 둔화
"정책기조 전환 시급...경기부양에 초점둬야"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됐다. 고물가와 환율 불안, 수출 부진 등 악조건 속에서 경제 안정을 위해 악전고투를 치른 한 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가는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등 하방 압력이 여전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내수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경제 정책의 방향을 경기 부양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왜곡된 공공요금 체계가 한계에 달한 탓에 여론 눈치 보기를 끝내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때라는 주문도 있다. 
 
내수 살아나자 경기 하강 둔화...소비심리 개선 

정부는 올 들어 내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설비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소비·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경기가 일부 회복되면서 경기 하락세가 진정되는 국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5월 경제 동향'을 통해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소매판매의 부진도 완화하면서 소비가 완만한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며 "소비가 내수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1로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6월(96.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수가 여전이 100을 밑돌고 있지만 아랫목부터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는 게 평가가 나온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소폭이지만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수준전망은 148로 여전히 높았지만 전월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경기부양 전환' 목소리 커져...근원물가는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며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경기 부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제는 경제 정책의 목표를 인플레이션 잡기에 두는 것보다 경기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때"라면서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물가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많이 오른 것이라 물가 안정 대책의 효과가 발휘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진즉부터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바람직했다"고 짚었다. 

경기 부양에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정부는 겨우 잡은 물가의 재반등 가능성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순 최고 6%대로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4%대로 여전히 높다. 

내수 회복에 따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된 탓이다. 4월 외식비(7.6%)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고,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는 5.0% 올라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번 정부 들어 줄곧 건전 재정을 강조해 온 터라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이미 올해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50.4%인 113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빚을 더 내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공기업 적자 심각, 요금 인상 미루기 어려워   

해결이 시급한 또 다른 실물경제 이슈가 공공요금 정상화다. 윤석열 정부는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출범했지만 민심 이반을 우려해 실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현재 한전은 매일 38억원씩 이자를 물고 있다. 한전 이자 갚는 데 국민 한 명당 2200원의 혈세를 들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전력구입단가는 kWh당 153.7원, 판매단가는 120.5원으로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력구입단가는 전년 대비 90.5% 올랐지만, 판매단가는 9.7% 오르는 데 그쳤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난 겨울 난방 수요가 급증했을 당시 LNG 수입가는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된 원료비 미수금만 8조6000억원인데 올해 말에는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하루에 이자로만 13억원씩 지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지적돼 온 공공요금 현실화 외면은 이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여론 눈치 보기를 지속하는 중이다.

당장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해야 하는데 시장 원리보다 정치 셈법이 작용하면서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여당에서는 한전 적자 책임을 정승일 사장 탓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때 인사인 정 사장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연일 요구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전 적자가 불어난 것"이라며 "한전 사장이 적자의 원인을 유발했다고 보긴 어려워 퇴진을 요구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 적자에는 원자력 관련 이슈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두 가지 요인이 상존한다"며 "국민에게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한편 한전도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