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日 정상회담, 바이든 정부의 승리"

2023-05-07 18:24
미국, 북·중·러 대응 위해 한·일 협력 원했다는 분석
日, 과거사 언급 없이 여론 환기하는 것이 관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조 바이든 정부의 승리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북 공조와 중국 견제에서 동맹국의 단합을 필요로 하는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맞서 공조하고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해 동맹국의 단합을 추구해왔다"며 "수년간 공식 회담이 없던 한·일 정상이 두 달 만에 두 번째 만남을 가진 것은 바이든 정부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공조에 대한 언급도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은 정찰풍선부터 러시아와 협력 문제까지 대립을 이루고 있다"고 하면서 "이들의 최전방에는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3월 정상회담을 갖기 몇 시간 전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도 "미국만큼 양국 갈등의 해빙을 환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고 중국의 경제 군사적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수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기를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용감하고 원칙에 입각한 외교"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현재까지 한·일 관계가 기시다 총리에게 도움이 됐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굴욕적인 외교"라고 비난한다고도 전했다. 식민지 피해 국가인 한국이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설명했다. 

이들은 기시다 총리가 일본이 과거사 관련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한국 국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을지가 회담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아오키 나오코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기시다 총리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지가 이번 방한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치학 강사인 대니얼 스나이더도 NYT에 기시다 총리가 한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지난 몇 개월 동안 성취한 것에 그림자가 생길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관련 기금에 변제를 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에 대해 하는 발언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