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시대, 마침내 개막…'최장기 왕세자'에서 국왕으로

2023-05-06 21:18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자신의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썼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시대가 시작됐다. 영국 국교회의 최고위 성직자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찰스 3세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며 이같이 외쳤다.

사원 안에 자리한 참석자들도 일제히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라고 화답했고, 40번째 군주의 대관을 선포하는 트럼펫 소리 등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영국 전역에서 예포가 울렸다.

이날 대관식은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이 열린 1953년 6월 2일 이후 약 7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TV로 생중계됐다.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무려 65년 만에 찰스 3세가 쓴 '성 에드워드 왕관'은 2.23kg에 달한다. 순금 틀에 루비, 사파이어, 자수정 등 보석 444개가 박혀 있다.

대관식에는 국가원수급 약 100명을 포함해 세계 203개국의 대표가 초청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으며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총리가 자리했다.

특히 이날 대관식에는 왕실과 갈등을 빚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해리 왕자는 이날 부인 메건 마클 없이 홀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웃는 표정으로 도착해 왕실 가족들과 인사하는 등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당시 국내외에서 8000여명이 초청됐고 이 중 영국 귀족만 910명이 참석했던 것과 달리, 이날 대관식에는 2000여명으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70년 전에 비해 간소화했다고는 하지만, 1000여년 전통에 따라 경건하면서도 비교적 화려한 모습을 유지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 [사진=AFP·연합뉴스]

대관의식은 캔터베리 대주교가 신에게 찰스 3세를 국왕으로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왕이 서약을 하고 성유를 바른 뒤 왕관을 쓰면 성직자와 왕족·귀족들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며 "나는 하나님 앞에서 개신교 신자이며, 개신교 신자에게 왕위 승계를 보장하는 법률의 의도에 따라, 법에 따라 내가 가지는 권능을 다해, 이 법률을 지지하고 지켜낼 것을 엄숙하고 성실하게 고백하고, 간증하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찰스 3세의 이번 선서에는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와 달리 "모든 믿음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새로 추가됐다고 영국 가디언은 짚었다.

한편 대관식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영국 내에선 부정적 여론도 있다. 세금으로 치르는 대관식 비용은 1억 파운드(약 17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관식 후에 비용을 발표한다.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왕실에 무관심하거나 세금을 쓰는 데 거부감이 크다. 최장기 왕세자에서 왕관의 주인이 된 찰스 3세는 젊은 층의 무관심, 영연방 이탈 움직임 등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눈앞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