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DB총회] IMF "세계경제 저점 속 아·태 성장률 견조…물가발 통화긴축 지속해야"

2023-05-04 11:00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 국장, 4일 ADB연차총회서 기자간담회 개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 국장[사진=한국은행]



IMF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금리 상승과 전쟁 등의 여파로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반도체 등 외부수요 약화에 따른 하방압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4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리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는 올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물가 상승 기조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은행들의 긴장감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복잡한 경제지형에 더 큰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다소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영역은 여전히 활발하다(동적)는 것이 IMF의 시각이다. 그는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국내 수요는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유지해 왔다"며 "아·태지역 국가들의 올해 성장률은 4.6%로 지난해(3.8%)에 비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 성장률 상향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국'이 꼽혔다. 반면 여타 신흥국들의 성장률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올해 아시아 지역 내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1.6%로 0.4%포인트 둔화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지난 10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하향 조정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가 70%에 이르며 IMF 예측보다 훨씬 더 큰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5.2% 수준으로 발표했다. 중국에 대한 성장률 상향은 전망 보고서에서 가장 큰 폭의 조정이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올해 1분기는 중국 수출 반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수출의 급격한 반등을 포함한 1분기에서 우리의 예측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조업구매관리자 지수(PMI) 조사는 경기 회복이 서비스에 의해 주도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중국 성장이 아시아 주변국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파급 효과는 무역 파트너에게 이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중국의 성장은 아시아 주변국 성장률을 평균 0.3%포인트 상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최대 파급 효과는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에서 비롯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소비수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발 경제성장 효과는 중국과 어떠한 거래를 해왔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 최종 소비재를 수출하는 국가나 관광객들에게 의존하는 국가일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점쳐졌다. 반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의 경우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IMF 전망에 대한 변수로는 '외부 수요 약화'가 꼽혔다. 당장 미국과 유럽의 경우 올해와 내년까지 수입 증가율이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이는 아시아 공산품 수출에 있어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반도체 수주가 크게 둔화된 미국 사례를 언급하며 "경기 침체는 이미 아시아에서 아시아로의 기술 수출에 대한 수요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의 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물가가 더 끈적(스티키)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긴축 기조와 관련 "최근 통화긴축이 느려지거나 중단됐는데 여전히 물가 상승 리스크를 고려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까지 통화긴축을 엄격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만 "생산이 잠재력과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예외"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리니바산 국장은 "중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역시 둔화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경제 지형 변화가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