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형제의 난' 조현문, '강요미수' 전면 부인..."보복 고소"

2023-05-03 14:08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17년 공갈미수로 고소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사진=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각종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면서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최민혜 판사)는 3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3년 효성그룹에서 사임한 후 검찰에 각종 비리 자료들을 넘기겠다고 하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문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 "효성 계열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각종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며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날 "사임한 후 후속조치로 보도자료를 요청했을 뿐이다"며 "협박과 강요도 일체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효성그룹 내에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관행들과 인식들 속에 조 전 부사장까지 얽혀 들어가는걸 피하려고 스스로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도 주장 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공소사실은 2013년 2월과 7월경에 있었던 사건으로 기소할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면 2017년이 아닌 사건 당시였던 2013년에 즉각적으로 고소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남 조 회장과 차남 조 전 부사장, 삼남인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2014년부터 효성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두 곳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효성을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제 노력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억지 사건으로 돌아와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사건의 본질은 조 회장의 횡령과 효성의 비리"라며 "조 회장과 효성은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저를 핍박했고 이번 고소도 그 연장선 상에서 이뤄진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이 10여년에 걸쳐 고소·고발 50여건을 남발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