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상암동 소각장 '입지선정' 평가에 '수소충전소 위험성' 조사 無

2023-05-03 10:28
"대형인재 예고"⋯선정 후 안전성 검토는 '사후약방문'
서울시, 입지선정 후 설계 단계에서 절차대로 진행

지난달 29일 상암동 하늘공원로 광역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후보지 전경. 상암동 소각장 후보지는 수소발전소(왼쪽 건물)와  수소충전소(오른쪽 건물) 사이 가운데 위치한 부지다. 서울시 계획대로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수소충전소와 수소발전소는 소각장의 4면 중 2면을 완전히 둘러싸게 된다. [사진=아주경제]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건립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부지의 입지선정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수소스테이션(수소충전소)과 관련한 화재·폭발 위험 등 재난안전성 검토를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소각장 후보지인 마포구 상암동 부지에 대한 입지선정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인접 시설물인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안전성과 위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안전성 조사 없이 입지선정을 판단하는 것은 주민 살인 행정이라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입지선정 이후 설계 단계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본지가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요약서’를 살펴보니,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안전성 검토는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상암동 소각장 설립 후보지로 선정한 상암동 하늘공원로 부지에는 이미 수소충전소와 수소발전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계획대로 이곳에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수소충전소와 수소발전소는 소각장의 4면 중 2면을 완전히 둘러싸게 된다. 소각장과 수소충전·발전소의 거리는 대략 50~100m 안팎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각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씨가 옮겨붙거나, 불의 온도가 수소충전소 자연발화 지점인 500도 이상을 넘기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해당 부지에 폐기물 소각장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암동 소각장 입지선정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평가항목은 ▲자연환경의 보전 ▲생활환경의 안전성 ▲사회·경제 환경과의 조화성 등 총 3가지다. 세부적으로는 대기배출물질·악취유발물질·유해대기배출물질 오염도, 입지후보지 주변 지역의 소음·진동도, 입지후보지 주변 환경기초시설 현황 파악 등이다.
 
입지선정 이전에 안전성 검토와 대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취약시설인 수소충전소 옆에 또 하나의 화재 취약시설을 설립하면 대형인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암동 일부 주민들은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안전성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한 후 후보지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암동 주민 김모씨는 “수소충전소는 폭발 위험성이 높아 불씨 하나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설”이라며 “소각장에서 발생한 불이 수소충전소로 옮겨 폭발로 이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대형인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모씨는 “이러한 피해는 사실 인근 주민보다는 해당 부지와 가까이에 위치한 한강공원의 방문자와 자유로·강변북로 이용자에게 갈 것”이라며 “서울시는 철저한 안전 검토와 대안을 만들어 놓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안전성 검토가 부재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난안전성 검토는 해당 부지가 입지로 선정된 이후 환경영향평가에서 절차대로 자세히 다룰 사안으로 현 단계에서는 검토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우려가 나온다는 것을 시도 알고 있다”면서도 “제기되는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고, 부지가 선정되고 나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기초시설 관리운영업체 A사 대표 최모씨는 “수소충전소와 소각장이 같은 곳에 있는 사례가 없어서 현행법상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인근 지역 주민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함께 안전성 검토를 동시에 요청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입지선정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포함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