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욕설·폭언에도 라이더 보호는 나몰라라

2023-04-27 15:03
배달 노조 '라이더유니온' 기자회견 개최
"감정노동자보호법 있으나 마나"...실효성 의문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의원실]

“고객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과 폭언을 듣고, 플랫폼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라이더들이 고객 폭언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플랫폼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는 국회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피해당사자, 유니온 등이 함께했다. 

현장에 참석한 고객 갑질 피해 당사자인 배달 라이더 김모씨에 따르면 최근 배달 중 한 오피스텔에서 입구를 찾지 못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 4분가량의 통화시간 동안 고객이 “야! 너 다시 돌아가”, “왜 전화해서 짜증 나게 해”, “내가 너보다 나이 한참 많아 당장 사과해” 등 폭언으로 모멸감을 느꼈다는 게 김 씨 증언이다.   

김 씨는 “해당 녹취록을 매뉴얼에 따라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지원센터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라이더들이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탓에 고객 갑질에 대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감정노동자 보호법에서 배달노동자는 일부의 조항만 적용받고 있다. 이마저도 전체 배달노동자 중 노동부 고시에 따른 전속성이 충족되는 배달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플랫폼사 의무는 폭언 등 발생 시 대응지침을 안내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은 고객 갑질 시 해당 내용을 녹취해 사측에 전달하라는 매뉴얼을 고시했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해 지원 요청을 하면 외면한다”며 “결국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알아서 대처하고 끝내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구 위원장은 “배달 라이더에 대한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하고 배민의 적극적인 피해구제 조치, 향후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 의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 규칙에서 택배업·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가 유사하게 고객대면업무를 하는 배달라이더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 변화에 뒤쳐진 행정”이라며 “배민이 국내 최대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도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 측은 “라이더들에게 배달수행 시 발생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수립·적용시키는 등 플랫폼입장에서 제공 가능한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배달 과정에서 난처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