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5% 오를 때 즉석밥은 40% 뛰었다

2023-04-25 18:26
CJ제일제당 햇반·오뚜기밥 판매가, 2013년 대비 40% ↑

 

CJ제일제당의 햇반(왼쪽), 오뚜기의 오뚜기밥 제품. [사진=각사]


쌀을 주원료로 하는 즉석밥의 판매가격이 10년 사이에 4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즉석밥의 주원료인 쌀값이 5%밖에 안 오른 점을 감안할 때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CJ제일제당의 즉석밥 제품 햇반(210g) 판매가격은 1986원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인 2013년(1416원)과 비교하면 40.3% 인상됐다. 

오뚜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현재 1991원에 판매 중이다. 2013년 가격(1425원)에 비해 39.7% 오른 금액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인상폭이 컸다. 햇반 판매가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597원에서 현재 1986원으로 24.4% 상승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400원 가까이 인상됐다. 이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38원 오른 데 그친 것과도 비교된다. '맛있는 오뚜기밥' 역시 코로나19 이후 3년 4개월 동안 44%나 판매가격이 급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즉석밥 판매가 인상률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17.6%)보다 2배 이상 높고 쌀 도매가격 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더욱 지나치다는 점이다. 전날 쌀 도매가격(20kg)은 4만6580원으로, 2013년 동기 대비 5.4% 오른 데 그쳤다. 즉석밥 판매가 인상률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밥 한공기에 2000원에 달하는 것은 즉석밥 제조업체들이 출고가를 잇달아 인상한 영향이 크다. CJ제일제당은 2012년에 12% 햇반 출고가 인상을 단행한 이후, 6년 만인 2018년 7% 가격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은 그 뒤로도 세 차례 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는 2012년 이후 총 다섯 차례 가격을 올렸으며, 코로나19 이후엔 2021년, 지난해까지 두 차례 인상했다. 상승폭은 최소 6.3%에서 최대 9%다.  

특히 쌀 가격 폭락 시기에도 두 업체는 즉석밥 출고가를 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CJ제일제당이 가격을 올린 3월 31일 기준 쌀 도매가격(20kg)은 5만1840원으로 전년 대비 12.6% 하락했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은 8%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 역시 즉석밥 가격을 8%가량 올렸다. 

쌀 가격을 즉각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항변이다. 연간 고정단가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에 쌀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인건비 상승과 함께 포장재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가격 인상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인건비가 상승했고 포장재와 LNG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지난해 1~2월 LNG 가격은 전년 대비 73% 상승했고, 같은 해 7월 기준으로도 70%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기, 필름, 박스 등 포장원료 가격도 인상 시점 기준으로 14.6% 올랐다"고 전했다. 

소비자단체는 제조원가 인상폭보다 높게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CJ제일제당 가격 인상 당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즉석밥 제조원가는 2021년 대비 지난해 3% 인상된 반면, 소비자 가격은 7.7%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제조원가 상승률 대비 소비자가 상승률이 약 2~3배 더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일시적 상승은 있었지만 2021년까지 3년간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주장으로는 인상된 가격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