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흔든 '이정근 녹취록' 증거능력은?...'스모킹건' 될까
2023-04-25 14:44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강 전 감사에게 이 전 부총장의 녹취 파일에 나온 자금 제공 경위를 확인하는 등 추가 보강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근 녹취록 상당수 현장 녹음..."증거능력 인정 가능성 높아"
이 전 부총장의 녹취 파일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규명할 핵심 수사의 단서로 평가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동 녹음 기능을 이용해 약 6년치 통화 내용을 전부 녹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확보한 파일만 현재 3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는 녹취록에 담긴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감사의 자금 제공·살포에 관련한 진술 중 상당수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 녹취에는 강 전 감사가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를 준비했으니 특정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는 식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의 자금 제공·살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송 전 대표 관련 녹취는 '전문 진술'..."보강수사 필수적"
다만 의혹의 종착점인 송 전 대표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직접·보강 증거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록에는 강 전 감사가 이 전 부총장에 대해 “영길이 형이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그러더라고”라고 말하는 등 송 전 대표가 자금 살포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른바 ‘전문 진술’의 형태를 띠고 있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 진술은 다른 사람의 입을 거쳐 전달된 진술이다.형사소송법과 판례는 해당 전문 진술에 거론된 제3자가 진술에 동의하는 등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전문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동협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강 전 감사가 송 전 대표가 자신에게 말한 내용을 다시 이 전 부총장에게 옮긴 것을 녹취에 담은 것으로 이는 전문 진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법무법인 경천)도 “녹취록의 경우에는 녹음된 진술내용이 증명의 대상이 된 때에는 녹음내용 자체가 진술증거로서 사용되므로 전문 법칙이 적용된다”면서 “결국 강 전 감사가 송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전문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결국 강 전 감사 등 핵심 피의자와 함께 송 전 대표에 대한 혐의를 분명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핵심 공여자와 금품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 대로 수사의 최종 종착점으로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돈봉투 살포' 수사가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수사 중 나온 증거물을 활용한 ‘별건 수사’로, 위법한 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도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검찰이 내부적으로 적법한 별도 절차를 거쳐 녹취록을 확보했다면 증거능력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녹취 파일에 대한 추가 영장을 발부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추가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