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000억대 입찰 담합' 한샘 등 가구사 8곳·임직원 14명 무더기 기소

2023-04-20 10:37

대검찰청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소위 ‘빌트인 가구’로 불리는 특판가구 입찰담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구업체 8곳과 임직원 1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일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와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대표이사급 최고의사결정권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직원 2명도 증거인멸과 은닉교사죄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에서 2조3261억원 규모 빌트인가구 입찰담합이 발생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이들 가구업체가 공정 가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합의, 투찰해 부당 공동행위를 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이들 업체는 사전에 낙찰 순번을 합의한 후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한 뒤 ‘들러리 입찰’을 통해 합의된 업체가 최저가 낙찰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낙찰받은 업체는 높은 공급단가를 적용해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빌트인 가구를 시공하고 이익을 챙겼다. 이들이 담합을 지속한 기간만 9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요소로, 이번 담합은 장기적으로 분양가를 상승시켰다. 대부분 건설사 발주 입찰에서 담합을 지속하는 등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고 관여한 임직원들도 별다른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리니언시(자진 신고 시 처벌 경감)' 제도를 적용한 첫 직접 수사 사례다. 담합 신고를 검찰과 공정위가 모두 접수했고 검찰 수사와 공정위 행정조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통상 입찰 담합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공정위와 수차례 고위급·실무급 간담회를 개최해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고발 요청 범위 등을 긴밀하게 소통했다”면서 “향후에도 두 기관은 담합범죄 근절과 이를 통한 공정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상호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