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후 미분양은 원가 이하에, 신축 감평은 이중으로"...LH, 매입임대주택 제도 전면 개편
2023-04-17 15:30
서울 강북 수유 칸타빌 등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해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사업 주택가격 산정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 혈세로 건설사 이익을 보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면서 "매입임대제도 전반을 국민적 눈높이에 맞게 개선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LH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원가 이하에 매입하고, 감정평가업체 선정 방식도 개폭 개선키로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17일 "전문가와 관련기관 의견을 수렴해 매입임대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이번 개편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을 확보, 국민께 고품질의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LH는 고가매입 방지를 위해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시 2개의 감정평가 업체가 제시한 금액을 단순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매입했지만, 앞으로는 '준공 후 주택매입'과 '신축매입 약정'으로 나눠 주택 유형별로 가격을 산정한다.
신축매입약정의 경우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가를 책정한다. 대신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협업해 주택원가, 시장 변동성, 거래사례 정확도 등 사업 특성을 반영한 '매입임대 전용 감정평가 가이드라인'을 개발, 고가매입을 방지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신축매입의 경우 기존주택 가격의 자극 없이 임대주택을 순증시키는 효과가 있고, LH가 원하는 지역에 장애인, 청년, 고령자 등 입주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고품질 주택을 제공한다는 사회 기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기존 대비 5~10% 정도 매입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감정평가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사전심사, 한국부동산원의 사후 타당성 조사 등 2단계의 적정성 검증도 실시한다. 사후 타당성 조사 이후 부실 감정평가가 드러나면 국토부의 징계를 받도록 했다.
매입심의 제도도 개편한다. 종전에 내부직원이 일부 참여했던 매입심의 절차는 한국부동산원, 감정평가사 등 전원 외부 전문가로 바꾼다.
아울러 매입 업무 전반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종합적인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한다. 친인척 등 지인 소유 주택에 대한 매입이 접수되면 관련 직원의 자진신고와 매입업무 기피를 의무화하고, 매입진행 단계에서는 '매입임대 전용 신고센터'를 신설해 부정행위를 적극 신고하도록 독려한다.
특정업체의 계약 편중을 예방하기 위해 업체별 계약 상한 건수를 2건으로 설정하고, LH 품질점검 결과에 따른 우수 시공 업체에는 계약 상한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LH는 이같이 변경된 제도를 적용해 올해 준공주택과 신축매입약정주택을 포함, 전국에서 총 2만6461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는 1만7838가구를 매입한다. 매입방식별로는 준공주택매입 4086가구, 신축매입약정 2만2375가구 등이다.
한편, 이번 제도 개선은 건설업계에서 제기되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 요구와는 무관하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LH는 "이번 개편안은 주거복지사업인 매입임대사업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미분양 아파트 매입은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고가 매입'으로 논란이 된 수유칸타빌 매입 경위에 대한 감찰 결과도 공개했다. LH는 "감찰 결과 매입규정 미준수 사항이 일부 확인 돼 감사처분 예정"이라며 "이와 별개로 매입임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진행 중인 특정 감사에 대해서도 감사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