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취득세 개편...중소기업 가업승계 가속도 붙나

2023-04-17 13:27
가업상속공제 미대상 수백억 승계 세금에 절세 방안 마련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아주경제 DB]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상속세 납부유예를 도입한 데 이어 유산취득세 개편을 예고해 상속세 부담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 가액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과세 체계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 재산 가액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를 채택하고 있는데 정부는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3년 만인 올해 유산취득세로 과세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계는 유산취득세 개편이 상속세 부담 완화로 인한 가업승계 애로를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때와 받지 못할 때 상속세 차이는 크다.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가족신탁팀 세무사에 따르면 수백억 원대 세금 차이가 난다.
 
신 세무사가 예를 든 중소기업 두 곳을 비교해보자. 두 곳 모두 중소기업 주식(최대주주 등 할증 평가 없음), 배우자 없음, 가업상속재산(주식)만 600억원, 일괄공제와 가업상속공제만 상속공제 적용으로 조건이 동일하다. 여기에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가업 5년 영위)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인 경우(가업 30년 영위)만 차이를 둬 납부세액을 비교해보면 상속세 납부세액 기준 약 284억원에 이르는 세금 차이가 난다.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세금 284억원을 절세할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박화선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성장실장은 “유산취득세 도입은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 승계 세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계는 70세 이상 중소기업 CEO가 2만명을 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자 고령화로 승계를 통한 세대교체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높은 상속·증여세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상속·증여세 최고세율(50%)은 미국(40%), 프랑스(45%), 독일(30%) 등 주요 5개국(G5)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15%) 회원국들에 비해 높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물려받는 주식에 20%를 할증해 상속가액을 산정하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까지 더하면 최고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그간 가업승계가 어려운 이유로 조세 부담을 꼽았다. 업력 10년 이상인 중소기업 6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와 279만5436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가업승계 DB(데이터베이스) 분석 용역’에 근거한 주장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80%가 ‘조세 부담이 막대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고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 과정에서 삼성가 유족들이 낸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NXC 이사 유족은 상속세로 약 6조원을 세무당국에 신고했다. 2018년 구본무 LG그룹 회장 상속인들은 9215억원, 2020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4500억원, 2019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7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응답자 5명 중 3명(58.6%)도 조세 부담 완화분으로 사업에 재투자하겠다고 답했다. 기업 특성별로는 종사자 규모가 클수록 1세대보다는 2세대가 재투자 의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투자 의향이 있는 분야로는 '설비투자'(49.5%), '연구개발'(21.6%), '신규 인력 채용'(17.0%) 등 순이었다.

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한 CEO는 “경영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닌 고용과 기술의 승계나 제2 창업으로 바라보고 상속세를 개편하는 것으로 바라봤으면 한다”며 “그래야 기업들도 일자리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