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르투갈, 경협 문 열다···배터리·신재생에너지·반도체 시너지 기대

2023-04-12 18:30
코스타 총리 방한···릴레이 경재계 회동
한덕수 총리 만나 민간경제협력委 출범
리튬 매장 유럽 1위···韓기업 찾아 구애
풍력·태양광·반도체 관련 협력안도 논의

한국을 찾은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가 한덕수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인과 연달아 회동하며 비즈니스 외교에 나섰다. 코스타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대한상공회의소는 '한-포르투갈 민간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했다. 양측 정부·경제인사들은 구체적으로 배터리·신재생에너지·반도체 분야에서 경제 협력 물꼬가 텄다고 평가했다.

대한상의는 1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포르투갈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이 끝난 뒤 코스타 총리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한-포 개발협력기관간 MOU'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역내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코스타 총리가 '유럽 1위 리튬 매장량' '신재생에너지 정책' '고(高) 투자 인센티브' 등의 카드를 앞세워 한국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포르투갈의 배터리 협력 1호는 SK에코플랜트가 될 전망이다. 이날 한-포 민간경제협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는 자회사 테스가 포르투갈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스는 폐배터리에서 희소 금속을 추출하는 업체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에서 폐배터리 시설을 운영 중이다. 테스가 유럽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CRMA 내 배터리 재활용 의무 비율 때문이다.

CRMA 초안을 보면 2030년까지 리튬 등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10%를 EU 역내에서 추출하고 40% 가공하며 15%의 재활용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EU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은 EU 역내에 원자재 공급망을 갖추거나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지난해 유럽시장 점유율은 7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코스타 총리는 한국 배터리 3사를 겨냥, "포르투갈의 리튬 매장량은 세계 8위(유럽 1위)인 6만톤(t)이기에 소중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포르투갈에 방문해 기회를 눈으로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포르투갈은 2030년까지 해당 분야에만 600억 유로(약 86조8080억원)를 쏟을 예정이다. 전날 코스타 총리가 서울 한화 본사를 방문해 김동관 부회장을 만난 것도 해상풍력과 태양광에서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2021년 포르투갈에 진출한 국내 기업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포르투갈 풍력타워 구조물 제조사인 ASM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는 "현지 풍력 생산량이 현재 연 2GW인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4GW를 공급해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며 "각종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포르투갈 정부 덕분"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풍력 분야에서 포르투갈과 협력 기회를 노린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는 "현재 수전해 기계를 포르투갈 등 유럽에 수출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는 수전해를 통해 그린수소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런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반도체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포르투갈 매체 '더 포르투갈 뉴스'에 따르면 코스타 총리는 전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를 찾아 박정호 부회장과 면담한 뒤 "유럽 반도체 생산기지를 포르투갈에 유치하기 위해 SK그룹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코스타 총리는 포르투갈의 △풍부한 이공계 인재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생산 인프라 확보 등을 강조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 유치 이점에 대해 역설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