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김범석의 AI 물류센터 실험 "이번엔 동탄이다"

2023-04-10 16:36
'결자해지' 나선 김범석...동탄 물류센터 리뉴얼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창업자)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물류센터' 2호점이 베일을 벗는다. 김 의장이 선택한 2호점은 동탄물류센터(동탄센터)다. 

쿠팡은 동탄을 시작으로 전국 대형 센터 11곳(기존 7곳, 신규 4곳)에 AI 시스템과 로봇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1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장은 대구FC(대구 풀필먼트센터)에 이어 두 번째 AI 및 로봇 시스템을 활용한 물류 거점으로 동탄센터를 낙점했다. 신규 센터가 아닌 기존 물류센터를 AI 시스템으로 리뉴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탄센터는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하반기부터 내부 공사에 돌입한다. 
 
쿠팡은 향후 1조원 가량을 전국 물류센터 AI 시스템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구, 동탄을 제외한 기존 대형센터 5곳과 새롭게 오픈을 계획 중인 4곳이 대상이다. 쿠팡은 현재 대전, 광주와 영남권(부산 등) 2곳에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일부 착공에 들어갔다.
 
김 의장은 물류 인프라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콘퍼런스 콜(실적 발표)에서 8년 만의 분기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자동화 물류 네트워크 경쟁력을 꼽았다. 
 
김 의장은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로 콜드 체인 배송 네트워크 구축 없이 재고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쿠팡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전년보다 50%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쿠팡의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7조240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 강조해왔던 '계획된 적자'가 '흑자'로 바뀐 것이다. 
 

지난 2월 7일 쿠팡 대구FC(물류 센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피킹 로봇(AGV)이 작업자에게 물건이 있는 선반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승권 기자]

김 의장이 동탄센터를 두 번째 인공지능 접목 센터로 선정한 배경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함으로 풀이된다. 동탄센터에서는 지난 2년 두 차례나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센터 이미지 쇄신과 안전 시설 도입이 절실했던 셈이다. 
 
동탄센터 역시 대구 FC처럼 아마존 키바로 대표되는 피킹 로봇(AGV)과 소팅(분류) 로봇, 그리고 무인 지게차가 투입될 전망이다. 센터에 설치되는 로봇은 1000대 이상이다. 로봇 활용으로 인력 투입이 줄면서 지게차 끼임 사고 등 안전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대구 FC에서는 AI 시스템 오류가 1%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동탄센터로 인해 유통 기업들과의 물류 인프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영국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의 첨단 물류센터를 짓는다. 신세계그룹 또한 물류센터 '네오'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센터는 경기 용인 1곳, 경기 김포 2곳 등 총 3곳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마존이 이끈 물류 혁신이 성공 사례로 남으면서 쿠팡 등 유통 기업들도 물류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와 무인화는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유통 기업들의 경쟁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쿠팡 기존 물류센터(A.I 시스템 적용 전) 업무 프로세스 [사진=쿠팡 C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