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中 리오프닝 …우리에게 기회일까, 위협일까
2023-03-31 05:00
2023년의 세계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신냉전을 방불하는 미·중 갈등의 격화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탈세계화(Deglobalizaion) 현상에 따른 국제분업체계와 공급망 혼란으로 지구촌 경제의 파편화와 불확실성의 뉴 노멀(New Normal)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국은 자국 보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을 추진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자국 보호주의 확대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야 말로 복합위기에 상시 노출되는 다중 위기(Polycrisis)에 빠져있는 양상이다.
이 상황에서 그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국도 본격적인 시진핑 3기 시대를 출범하고 전면적 경제활동 재개, 즉 리오프닝(reopening)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20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3기 체제를 구축한 중국은 얼마 전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주요 행정 보직 인선을 완료하고 총리 중심의 행정부를 본격 가동시켰다. 최고지도자 시진핑 인맥 일색으로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정책 집행에는 유리하겠지만 누구도 시진핑의 의중에 브레이크를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체제는 일단 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에 들어갔다.
일단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를 연상시키는 공동 부유 정책이나 빅테크 기업 규제 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전 세계 주요 기업인 100여 명을 초청해 중국발전 고위급포럼(中國發展高級論壇)을 열었고, 각국 지도자와 기업인들을 불러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본격 대면 회의를 개최하면서 중국이 강조한 것은 세계 경제의 회복 촉진을 위해 세계적 공감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확고부동하게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며 리 총리는 물론 시 주석까지 나서 투자 세일즈를 벌였다.
중국 정부가 세계 기업인들에게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경영 환경을 최적화하는 등 외자 기업에 대한 대우를 높이겠다고 약속하자 많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친중국’ 발언을 쏟아 냈다. 올해 반등이 예상되는 14억명 인구의 중국 내수 시장 저력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은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지금 중국에 명확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면서 각국 기업들을 설득하기에 분주하다. 물론 중국은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은 모두의 공공재로, 경제 규율을 고려하지 않은 중국과의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은 전 세계를 적대하는 것이라며 각국과 기업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둘러싼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경제 수치만 보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이제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되기도 하지만 수출 부진이 여전하고 경기 지표도 크게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방정부 부채, 특히 그림자 금융의 암운이 돌출하면서 많은 지방정부가 재정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래 중국 경제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잠재성장률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이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과 정부부채 관련 우려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과 견제가 지속 강화되고 있는 데 고민이 크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하는 제118기 하원은 올 1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문제를 다루겠다며 새로 설치한 중국특별위원회를 통해 17개 대중 압박 법안을 상정했다. 여기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겪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8개의 지원법안도 포함돼 있다. 또 '정찰 풍선'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을 추진하는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무역은 물론 금융, 자본, 인력을 포함한 전 방위 디커플링이 민주·공화 당파를 넘어선 미국의 기본방침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EU의 대중 견제와 제재 동참도 만만치 않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고민은 가중되고 있다. 정치·외교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대중 경제 교역이 13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전체 수출 가운데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졌고,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중국 교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반전됐다. 사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서 한국 대중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굳이 한국에서 수입을 안 하더라도 수출상품을 만들 수 있는 자립·내수 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의 향배를 둘러싸고는 항상 비관과 낙관이 공존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5천억 달러 (약 631조원)의 추가 수요 발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경제 회복 효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기 반등과 부양책이 내수 시장 소비 중심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상호보완적 관계보다 경쟁 관계가 심화된 점도 중국 리오프닝 낙수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리오프닝은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수출주도형 통상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다행히 일부 특정 업종에 분명한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과 제조 능력은 이들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시장별, 부문별, 지역별로 특화된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호보완성은 유효하므로 디 커플링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세분화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