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쓰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스포츠 영화 '리바운드'는 한국 영화 침체기를 끊어낼 수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장항준 감독과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리바운드'는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의 선수가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내용을 그린다. 지난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 참가한 부산 중앙고 학생들의 실화를 담았다.

영화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항준 감독은 신작 '리바운드'를 통해 청춘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장 감독 특유의 에너지와 유쾌함은 '리바운드' 전반에 스며들어 있으며 스포츠 영화가 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특히 긴장된다. 이 작품이 유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감독들은 살면서 몇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고 언제 마지막 작품을 찍게 될지 모른다. 또래 감독들도 극소수만 남게 된 상황에서 이 작품 아닌 다음 작품이 나의 유작이 되면 좋겠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장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가 한 차례 제작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난 2012년 기획되어 개봉까지 1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이렇게 개봉하는 날이 올 거로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은 건 5년 전이었다. 스태프를 꾸리고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투자 직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스태프들이 해산되었다가 다시 기적처럼 투자자를 만나 살아나게 되었다. 이 작품을 대할 때 이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을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연출 콘셉트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 실화가 내 피를 끓게 하더라. 가보지 않은 '농구 영화'의 길에 들어설 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영화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올빼미'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박스오피스 상위권도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4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 '리바운드'는 4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첫 타자가 됐다. 장 감독은 "부담감은 없다"고 말문을 뗀 뒤, "우리 작품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가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리바운드'는 한국영화 최초로 농구를 소재로 한다. '농구'가 주 소재지만 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인물들의 성장기 등을 통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장항준 감독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스포츠 룰을 모르는 관객들도 많을 테니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제가 대학 다닐 무렵에는 제삼 세계 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당시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일본 문화원에 갔는데 자막이 프랑스어더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들은 전달받았다. 작품이 가진 힘이 있더라.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느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의 감정 이입을 위해서 실제 해설 위원들을 출연시켰고 현장감 있는 멘트로 상황을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 안재홍이 연기한 '강영현' 코치부터 슬럼프에 빠진 천재 선수 '기범',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둔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강호', 실전 경험이 전무한 '재윤', 열정만 만렙인 '진욱' 모두 실제 인물이다.

장항준 감독은 "캐스팅에 앞서 농구 실력이 중요했고 다음은 실제 모델과 신장이 거의 같아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안재홍도 실제 강영현 코치와 신장이 똑같다. 당시 선수진과 체격을 맞추기 위해 체중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했다. 배우들은 선수들의 버릇 등을 익히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실제 인물과 가깝게 만들었다. 관객이 알든 모르든 작품을 대하는 중요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안재홍은 "강영현 감독님과 실제로도 4살 차이가 난다. 촬영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었고 외적인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체중도 증량했다. 의상이며 헤어스타일, 악세서리 등 디테일을 높은 수준으로 일체화하려고 했다. 젊은 코치가 대회를 치러나가는 마음, 그 떨림을 생생하게 잘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재윤' 역을 맡은 배우 김민은 유튜브를 보며 선수들의 특징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선수의 습관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땀을 닦는 모습부터 사소한 습관까지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기범' 역의 이신영은 "촬영 두 달 전부터 매일 연습했다. 농구를 잘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실제로는 처음 농구를 해보았다. 농구 일지 영상을 만들어 감독님께 보내드리곤 했다. 캐릭터 싱크로율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고 인물의 모든 행동에 '왜?'라는 질문을 하며 연습했다"고 전했다.

'규혁' 역을 연기한 정진운은 "규혁의 자세 등 특이한 점이 많아서 디테일을 신경 썼다. 또 실제 인물에게 당시 대회는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을 거로 생각했고 영화를 보며 당시를 마음속 깊숙이 담아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강호' 역의 정건주도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피부톤 등을 조절해다. 실제로 '강호' 형이 촬영장에 와주셨고 당시 모습이나 포인트 등을 짚어주셨다. 사투리 지도도 많이 받았다"라고 거들었다.

'진욱' 역의 안지호는 "영상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촬영 전부터 농구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했고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전했다.

'순규' 역을 맡은 김택은 실제 농구 선수 출신이라고. 명문 휘문고·중앙대 출신으로 농구 선수 생활을 하다가 배우로 전향했다.

김택은 "대학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극 중 '순규'는 농구를 잘하는 캐릭터가 아닌데 제가 선수 출신이라 몸에 습관 같은 게 배어 있더라. 연기하다가 문득 능숙한 제스처 같은 게 나와서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슬램덩크' 신드롬으로 떠들썩했고 '농구 놀이'가 인기였다. '리바운드' 역시 '슬램덩크'의 기세를 몰아 흥행을 성공하게 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리는 상황.

장 감독은 "'슬램덩크'는 명작이고 모두가 사랑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한국 젊은이들이 본인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 청년분들이 (우리) 작품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느끼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우리 영화는 불가능하다는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간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들의 미래는 알 수 없으나 그 순간의 열망은 누구보다 뜨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영화가 발전하기 위해 몇백억짜리 영화도 가치 있고 중요하지만, 우리 작품 같은 중급 영화도 필요하다. 한국 영화의 허리를 받쳐야 한다고 본다. 애정을 가지고 좋게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거들었다.

청춘의 풋풋함과 스포츠물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담은 '리바운드'는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22분. 상영 등급은 1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