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韓 소부장] 핵심소재 국산화 4년 日 의존도 18% 낮췄다

2023-03-29 05:00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후 지난 4년간 정부가 5조원을 투입해 지원한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약 18% 감소하면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서는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동시에 일본과의 소부장 경쟁으로 인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서는 일본을 앞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으로 일본 소부장 기업의 한국 재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소부장 산업 자립화를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발간한 ‘2023 소재·부품·장비 산업 무역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부장 대(對)일본 의존도는 15%로 정부의 '소부장 전략'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 18.3%와 비교해 18.05%(3.3%P) 감소했다. 일본 수입 비중만 놓고 봤을 때 20% 가까운 감소폭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직전 4년의 대일 소부장 의존도를 보면 17.2%에서 18.3%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대일 의존도가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품목별로 보면 소재 부문의 대일 의존도가 2018년 20.4%에서 지난해 17.3%로 감소했으며, 반도체 관련 화학물질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실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세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이들 세 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들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후 공급망 차질 등 심각한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 4년간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의존도는 93.2%에서 77.4%로 15.8%P 감소했으며, 불화수소는 41.9%에서 7.7%로 34.2%P 감소하면서 사실상 탈(脫)일본에 성공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44.7%에서 33.3%로 11.4%P 낮아졌다.

같은 기간 부품 부문의 대일 의존도는 14%에서 12%로 줄었다. 비금속광물부품, 전기장비부품, 전자제품 등에서 국내 산업계가 높은 성장을 이룬 것이 배경이다.

장비 부문의 대일 의존도는 31.6%에서 23.8%로 큰 폭 개선됐다.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제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계측장비 등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대일 무역수지를 크게 개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동화기계 장비, 로봇 등 분야에서는 개선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 의존도를 낮추면서 한국의 소부장 수출도 개선됐다. 지난해 한국의 소부장 수출액은 3737억 달러로 2018년 3511억 달러 대비 6.43%가 늘었으며, 특히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소재 부문의 수출은 978억 달러에서 1177억 달러로 20.35%가 증가했다. 한국의 소·부·장 수출은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지정한 소부장 으뜸기업들도 크게 성장했다. 43개 으뜸기업 중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6개 중소·중견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4년간 6배가 뛰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실트론이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는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에 적용되는 CPI필름이 우수 소부장 제품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CPI필름 지난해 수출액은 4억2639만 달러로 2018년 3억4349만 달러 대비 24.13% 늘었다.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은 지난해 2조3550억원의 매출을 기록, 첫 2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2018년(1조3461억원)과 비교하면 74.65%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803억원에서 5650억원으로 48.56% 늘었다.

한 소부장 기업 대표는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일본의 60년을 크게 따라잡았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한국의 소부장 자립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