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글로벌 양분화'에 곤혹스러운 한국
2023-03-29 15:02
아프리카· 동남아는 친미로, 중동·중남미는 '진영 대결' 가속화
글로벌 커뮤니티의 양분(兩分)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친미(親美) 동맹과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반미(反美) 동맹이다. 근자의 동향을 보면 양 진영의 틈바구니, 즉 회색지대에 머무는 국가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진영에서 탈피하여 말을 갈아타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목격된다. 그리고 이 진영 분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원인으로 3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과 1년 이상 멈추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국이 현재 처하고 있는 리더십과 관련한 정치 체제와 경제적 이익의 원천에 따라 진영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향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시 진영을 넘나드는 국가가 생겨날 수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진영 간의 대결을 좀 더 근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기존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로 접근하는 것이 편리하다. 전자가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한다면 후자는 개인보다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을 강조한다. 전체주의는 민주적 전체주의와 권위적 전체주의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당 독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동 국가의 왕정 혹은 종교 지도자 통치는 큰 틀에서 전체주의로 분류된다. 결국 체제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 진영 내에서도 혼란은 진행 중이다. 중국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맞서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 진영으로 귀환하고 있지만, 좌파 정권으로 회귀한 남미 국가들은 미국에 적대감을 보이면서 중국 진영에 호의적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계산식이 작동한다. 중국의 중재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만에 깜짝 화해하고 손을 잡았다. 양국 다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중국은 미국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미국보다는 중국 진영에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점이 작용했지만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한동안 중국이 공들인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중국과 등을 돌리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고, 미국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바이든 정부가 8년 만에 49개국 아프리카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였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남(南)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반중(反中) 깃발을 들고 있다.
한국, 반미 동맹 진영에 의존도 높아 피해 불가피
한편 인도나 이스라엘과 같이 체제 자체는 친미 동맹에 가까우나 경제적으로는 진영을 넘나드는 국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보가 경제보다 상위적 개념이라는 점은 이들도 시인한다. 국경을 맞대거나 이념적으로 상극(相剋)인 주변국의 위협이 강해지면 본래의 진영으로 회귀하는 것이 필연이다. 자유롭게 진영 사이를 오가는 행위가 불편한 국가들일수록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처세가 어려워진다. 경제와 안보가 다른 축에서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과 같이 하나의 축에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줄을 잘못 서다간 단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극단적인 지경에 내몰릴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곳으로 붙을 수밖에 없으며, 반대편에서의 지나치거나 섣부른 현지화 전략은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간과하면 큰코다친다.
우리같이 중국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해 놓은 국가들이 가장 곤혹스럽다. 중국에서 당장 발을 뺄 수도 없는 처지고 보면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골머리가 아프다. 기본적으로 체제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대에게 너무 많은 의존을 하다 보면 일시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지금 우리 수출이 되지 않으면서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도 이와 절대 무관치 않다. 중국 이외에 베트남에 우리 기업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교해 너무 많이 진출해 있다.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은 국가이긴 하지만 누가 무엇을 하면 모두 따라가는 묻지마 식 투자와도 무관치가 않다. 최근 베트남은 권력 투쟁으로 친미파가 숙청되고 친중(親中)파가 득세한다. 베트남이 중국과 유사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