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간 '대국민담화'..."역사의 전환점, 현명한 국민 믿는다"

2023-03-22 01:00
尹, 한·일 정상회담과 노동시간 유연화 논란 '정면돌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역대 최장인 23분간 국무회의 모두 발언, 사실상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한‧일 정상회담과 '노동시간 유연화' 논란 등을 둘러싼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이슈는 여권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강행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졌다. 올해 기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부정평가는 60%를 돌파했다. 소위 30%대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고 중도층도 등을 돌린 셈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하되 발목 잡혀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판을 의식해 독일·프랑스의 화해 사례,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의 '대일 전쟁배상 포기 발언' 등을 상세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 역사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확산되고 안보 협력 파행까지 연결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를 배타적 민족주의, 반일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고 지목했다. “굴종외교”라며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은 일종의 전 정권 적폐청산 차원이라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다. 현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식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일 협력이 양국 경제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에너지안보‧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우리가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는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완전히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무리했고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협력·대화 채널도 신속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 무리···국민 의견 충분히 청취"
 
윤 대통령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오해에 대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윤 대통령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상한선을 설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과 포괄임금제 악용 방지를 통한 정당한 보상에 조금이라도 의혹과 불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른바 '주 120시간 탄력적 근무'를 언급하는 등 노동시간 유연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었던 MZ세대 등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상한선 설정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후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며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에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 개혁을 위한 첫째 과제로 '노사법치 확립'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산업 현장에서 불법과 폭력을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은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 원동력 중 하나다. 

'노동시장 유연화'에는 "제도 설계에 있어 국민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자칫 노동자 고용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