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중 한국만 없는 ACP 도입 박차…'사법 후진국' 오명 벗나
2023-03-19 14:25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 행정기관의 조사에서 변호사의 컴퓨터를 열람하는 등의 사건이 계속되면서 입법을 통해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ACP 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영국은 변호사 특권을 인정해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고 독일은 형사소송법에 직업과 관련된 증언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 캐나다의 경우에는 ACP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의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별다른 통제 없이 자주 행해지는 곳은 한국이 유일해지면서 '사법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특히 지난해 12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압수수색했다가 "변호사 비밀유지권 침해"라며 법조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ACP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입법을 위한 노력을 해왔고 21대 국회에서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뢰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 비밀유지권 관련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새 집행부를 꾸린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모두 후보 시절 공약에서부터 ACP 도입을 강하게 강조해왔기 때문에 21대국회가 끝나기 전에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상담 과정에서 털어놓은 내용들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모두 가져간다면 형사절차는 결코 공정할 수 없다"며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엄격한 절차와 통제, 요건을 갖추고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