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탈북어민 나포 전 '어민 북송' 검토...실무진 반대에도 "그냥 해" 강행
2023-03-09 15:02
탈북어민 나포 전 북송 논의...실무진 반론에 서 전 원장 "그냥 해"
9일 검찰에 따르면, 탈북 어민 북송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어선 나포 이전부터 강제북송 방침을 협의하고 실무진에 이를 하달했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공소장을 보면 서훈 전 국정원장은 2019년 11월 1일 김준환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어민들을 법적으로 북한으로 송환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일 서 전 원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강제북송 여부를 결정하고, 승인해 탈북어민들에 대한 북송이 이뤄졌다.
검찰은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급하게 북송 방침이 검토되고 결정된 배경에 당시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로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상황에서, 어민 북송을 통해 정부가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서 전 원장 등이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북송을 추진한 점도 적시됐다. 서 원장은 11월 4일 김준환 전 차장에게 전화로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언급했다. 김 전 차장이 이에 대해 실무부서에서 반대했다는 점을 지적하자 서 전 원장은 “그냥 해. NSC에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고 지시했다.
각종 문건서 '귀순' 등 삭제...탈북어민엔 "다른 곳 간다" 속이고 북송
공소장에는 북송 방침에 따라 정부가 관련 문건에서 귀순 의사 등의 문구를 삭제하고, 북송 과정에서 어민들을 속여 판문점에서 북한군에 강제 인계한 상황도 담겼다.
북송 예정일을 하루 앞둔 2019년 11월 6일 합동정보조사팀의 보고를 받은 국가안보실은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는 북송 작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탈북 어민들에게 북송 사실을 숨긴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속여 압송할 것을 결정했다.
판문점 자유의 집에 도착한 뒤 북송 사실을 인지한 어민들은 북송을 거부하며 자리에 주저앉거나 콘크리트 모서리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자해를 시도하며 저항했다. 그럼에도 호송 작전에 동원된 경찰특공대는 군사분계선으로 이들을 강제로 끌고 가 북한군에 인계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정 전 실장 등의 이런 불법 행위로 헌법상 우리 국민인 어민들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또 "법률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도 방해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