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은 친중(親中)도 친미(親美)도 없다
2023-03-08 10:15
‘정통 마르크스 이론의 공고화’, ‘친중 성향의 주석 선출’, ‘베트남의 중국화’.
이번 보반트엉(Vo Van Thuong) 베트남 신임 주석의 취임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주요 평가다. 다수의 언론들은 보반트엉 주석의 취임을 두고 친미(남부)세력이 사라지고 권력의 핵심으로 친중(북부) 세력이 부상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또 일부 매체들은 향후 베트남 지도부가 보수주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고, 친중국 인사들이 득세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외교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 유력 외신은 베트남 4대 권력 기둥(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이제 모두 친중, 친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인사로 채워졌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3연임을 한 쫑 서기장의 베트남 역시 또 다른 소(小)중국화를 의미하면서 나아가 개혁개방 정책의 후퇴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번 보반트엉(Vo Van Thuong) 베트남 신임 주석의 취임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주요 평가다. 다수의 언론들은 보반트엉 주석의 취임을 두고 친미(남부)세력이 사라지고 권력의 핵심으로 친중(북부) 세력이 부상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또 일부 매체들은 향후 베트남 지도부가 보수주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고, 친중국 인사들이 득세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외교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 유력 외신은 베트남 4대 권력 기둥(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이제 모두 친중, 친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인사로 채워졌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3연임을 한 쫑 서기장의 베트남 역시 또 다른 소(小)중국화를 의미하면서 나아가 개혁개방 정책의 후퇴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친미·친중 기계적인 분류는 의미없어...신임주석 온건개혁파로 평가
베트남의 친중(親中)화에 대한 우려 시각이 많다. 마르크스·레닌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보반트엉 신임 국가주석이 취임하면서 베트남 외교 정책이 급격히 친중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 탓이다.
하지만 현지 외교가와 소식통들은 이를 잘못 해석하면 자칫 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친중과 친미(親美)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 여건과 맞지 않으며, 베트남의 기존 외교정책인 실리주의 노선조차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우선 보반트엉 신임주석은 보수적 친중 인사가 아니라 오히려 온건개혁파로 통한다. 트엉 주석이 대학 시절 사회주의와 철학을 공부한 것은 맞지만, 이는 그의 사상적, 이론적 배경이 될 뿐 이후에는 다양한 보직과 해외 방문 경험을 거쳤다. 여기에 그는 베트남 정책개혁가인 보반끼엣 전 총리 가문의 일원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평가다.
실제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트엉 주석이 상임서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의 건설 주택 분야와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물어보면서 도시화의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지속적인 협력을 원했다고 한다.
또한 베트남 핵심 지도층 4인방이 북부 출신에 보수주의 성향이라고 해서 친중이라고 보는 의견 역시 잘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베트남이 남부, 북부의 지역적인 특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통일 후 세대가 달라지면서 남부는 무조건 미국, 북부는 중국이라는 시각을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각 인사들을 친중 성향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브엉딘후에 국회의장은 중북부 출신이지만 당 인사라기보다는 사실상 경제 관료에 가깝다. 팜민찐 총리는 공안부 출신으로 대외정책보다는 내부 기강확립, 부패척결에 대한 업무수행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많은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경우에는 정통 공산주의·보수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서기장 취임이후 그가 구체적으로 외교 노선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취임 축하차 방문했지만, 2020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도 만났다.
하노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친중 성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는 바로 친중·친러로 보는 서구 언론의 다분히 직관적인 해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베트남을 공산주의 계열의 동일선상에서 구분하는 것은 각 국가의 특성을 무시한 지나친 일반화”라고 덧붙였다.
우선 보반트엉 신임주석은 보수적 친중 인사가 아니라 오히려 온건개혁파로 통한다. 트엉 주석이 대학 시절 사회주의와 철학을 공부한 것은 맞지만, 이는 그의 사상적, 이론적 배경이 될 뿐 이후에는 다양한 보직과 해외 방문 경험을 거쳤다. 여기에 그는 베트남 정책개혁가인 보반끼엣 전 총리 가문의 일원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평가다.
실제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트엉 주석이 상임서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의 건설 주택 분야와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물어보면서 도시화의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지속적인 협력을 원했다고 한다.
여기에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각 인사들을 친중 성향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브엉딘후에 국회의장은 중북부 출신이지만 당 인사라기보다는 사실상 경제 관료에 가깝다. 팜민찐 총리는 공안부 출신으로 대외정책보다는 내부 기강확립, 부패척결에 대한 업무수행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많은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경우에는 정통 공산주의·보수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서기장 취임이후 그가 구체적으로 외교 노선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취임 축하차 방문했지만, 2020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도 만났다.
하노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친중 성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는 바로 친중·친러로 보는 서구 언론의 다분히 직관적인 해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베트남을 공산주의 계열의 동일선상에서 구분하는 것은 각 국가의 특성을 무시한 지나친 일반화”라고 덧붙였다.
◆실리외교 추구하는 베트남, 미·중 균형외교에 방점
‘실리외교’는 베트남의 외교정책을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다. 베트남 외교백서에 따르면 베트남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은 실리적이고 능동적인 경제외교를 통해 세계경제로의 통합과 개방·개혁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는 기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외정책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현실주의 이론의 표본적 모델로 평가된다. 어찌 보면 한국과도 흡사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국가의 특성상 전통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닿는 교착점에 위치해 있다. 대륙세력으로는 전통적 우방이자 같은 사회주의 계열인 중국과 러시아가 있으며, 해양세력으로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있다. 이는 베트남이 양 세력에 대응해 대국 외교정책에서 힘의 균형을 가장 중시하는 현실주의 세력균형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베트남 외교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등 서방국가뿐만 아니라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중국이나 러시아 및 어떤 특정한 국가에도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50년대 중국과의 국경분쟁과 1970년대 친소외교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국민경제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학습 효과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등 최대 경제교역국들과는 밀착 관계를 확대시키면서도 러시아, 중국, 쿠바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베트남 외교는 경제외교에 바탕을 둔 균형외교가 핵심이다. 정치적, 사상적 중요도보다 경제적 이익관계가 베트남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버릴 수 없는 핵심 이익국가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핵심 투자국 중 하나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 12월 아세안 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대한 평등한 외교는 아세안의 다자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베트남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미·중 갈등에서도 양국의 투자를 모두 유치하면서 실리외교를 잘 펼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트엉 주석의 취임 이후에도 베트남 대외정책은 큰 변화 없이 실리외교, 균형외교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현지 정가 사정에 정통한 한 기업인은 “베트남은 2045년 고소득 선진국가라는 최우선 목표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실리외교를 펼쳐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베트남과 같은 개도국의 특성상 오히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스탠스가 많지는 않다”면서 “이미 베트남에게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실리적으로 버릴 수 없는 최우선 대상국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번 보도를 통해 중국이 외교 우선순위에 놓이고 미국 등 서구권이 배제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주석 취임을 두고 서구 언론의 다분한 베트남 흔들기라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베트남 주요 리더들의 개개인적 선호국가에 대한 특성은 있겠지만, 그 선호가 베트남 국민(인민)의 이익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외정책의 급진적인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고 현지 공관이나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도 이전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대외정책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현실주의 이론의 표본적 모델로 평가된다. 어찌 보면 한국과도 흡사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국가의 특성상 전통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닿는 교착점에 위치해 있다. 대륙세력으로는 전통적 우방이자 같은 사회주의 계열인 중국과 러시아가 있으며, 해양세력으로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있다. 이는 베트남이 양 세력에 대응해 대국 외교정책에서 힘의 균형을 가장 중시하는 현실주의 세력균형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베트남 외교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등 서방국가뿐만 아니라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중국이나 러시아 및 어떤 특정한 국가에도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50년대 중국과의 국경분쟁과 1970년대 친소외교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국민경제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학습 효과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등 최대 경제교역국들과는 밀착 관계를 확대시키면서도 러시아, 중국, 쿠바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베트남 외교는 경제외교에 바탕을 둔 균형외교가 핵심이다. 정치적, 사상적 중요도보다 경제적 이익관계가 베트남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버릴 수 없는 핵심 이익국가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핵심 투자국 중 하나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 12월 아세안 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대한 평등한 외교는 아세안의 다자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베트남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미·중 갈등에서도 양국의 투자를 모두 유치하면서 실리외교를 잘 펼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트엉 주석의 취임 이후에도 베트남 대외정책은 큰 변화 없이 실리외교, 균형외교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현지 정가 사정에 정통한 한 기업인은 “베트남은 2045년 고소득 선진국가라는 최우선 목표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실리외교를 펼쳐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베트남과 같은 개도국의 특성상 오히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스탠스가 많지는 않다”면서 “이미 베트남에게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실리적으로 버릴 수 없는 최우선 대상국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번 보도를 통해 중국이 외교 우선순위에 놓이고 미국 등 서구권이 배제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주석 취임을 두고 서구 언론의 다분한 베트남 흔들기라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베트남 주요 리더들의 개개인적 선호국가에 대한 특성은 있겠지만, 그 선호가 베트남 국민(인민)의 이익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외정책의 급진적인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고 현지 공관이나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도 이전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