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조민과 정유라의 설전..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

2023-03-07 15:35

[유창선 시사평론가]



조민씨와 정유라씨가 방송과 SNS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점입가경이다. “저는 떳떳하다.”(조민), “니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 니가 억울할까, 내가 억울할까”(정유라). 한번 입을 연 두 사람은 이미 작심이라도 한 듯하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한들,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물론 이 두 사람도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4월에 SNS를 시작했던 정유라씨는 악플들에 지쳐서 “더는 게시물을 안 올리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는지 자신을 비난했던 ‘좌파’들을 반격하는 글을 SNS에 올려왔다. “지난 5년간 ‘좌파무죄 우파유죄’였잖아요”라던 그의 항변은 ‘좌파’들에 의해 대역 죄인이 되었던 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먹방’ 사진도, 스키 타는 모습도 올리는 조민씨를 향해서는 “엄마 감옥 가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멘탈 부럽다”면서 “나도 엄마 감옥 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스튜디오 사진 찍고 공방 다니는 멘탈로 인생 살고 싶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정유라씨의 마음속에는 자신만 몹쓸 인간으로 내몰리고, 심각한 입시부정을 저질렀던 조민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즐거운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억울함이 차고 넘치는 듯하다.
세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는 조민씨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1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며 자신의 얘기들을 올리기 시작한 조씨는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4년간 조국 전 장관의 딸로만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실형을 받으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면서 "저는 떳떳하다"고 단언했다.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며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자신의 입시부정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너무도 당당해 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든다. 이럴 것이면 대체 재판은 무엇하러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법부가 내린 1, 2, 3심의 판결문은 아무 의미도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이 두 딸의 어머니는 모두 감옥에 있다. 조씨의 어머니 정경심 전 교수는 딸의 입시비리 등으로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여기에 조국 전 장관과 함께 받은 다른 재판의 1심에서 아들 입시비리로 징역 1년이 추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정씨의 어머니 최서원(최순실)씨는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총 2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다만 어깨와 척추 수술 이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형의 집행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어 있는 상태다.
모친들이 처해있는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두 딸의 처신은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부모와 자식이라 해도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니, 어머니가 감옥에 있다고 죄인처럼 지내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적 지탄과 법의 심판을 받게 된 행위들이 있었던 시절, 두 사람의 자아는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을 나이였다. 어떻게든 남들보다 좋은 학교, 좋은 진로를 위한 욕심 때문에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부모들이 하라는대로 했을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것이 무척 길기에, 잘못을 했더라도 반성하고 다시 일어선다면 우리 사회는 이들을 포용할 정도의 품을 갖고 있다. 당사자들로서는 사회가 자신들에게 찍어버린 낙인이 뼈아프겠지만 아직 너무도 젊은 나이 아닌가. 반성할 것은 하고 다시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면, 격려를 하면 했지 거기다가 매몰차게 쓴 소리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신은 떳떳하다고 강변하고 서로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최소한의 반성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다. 어머니가 감옥에 있는데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좀더 무겁게 느껴진다. 조씨는 입시비리, 정씨는 입시비리에 학사비리까지 연루되었던 당사자들이다. 본인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법원은 증거에 입각하여 그러한 비리가 사실이었다고 판단하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입시비리와 관련된 범법 행위는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반사회적 성격의 것이다. 당사자들은 마땅히 성찰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예의이다. SNS를 통해 세상 사람들 다 들으라며 오불관언(吾不關焉) 하는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젊은 두 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러면 이들의 부모 세대가 보였던 모습은 어떠했던가를 떠올렸다. 정경심 전 교수와 최서원씨 모두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지만 누구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의 말을 한 적이 없다. 진영의 지지자들도 각자 자기 편에 속한 인물은 응원하고 반대 편에 있는 인물은 비난하는 내로남불로 일관했다. 부모 세대가 너무도 태연하게 그래왔으니 두 젊은이라고 다를까 싶다. 성찰하지 않고 버티며 자신의 정당함을 강변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생존법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조민과 정유라가 보여주는 모습을 탓하기에 앞서, 이런 모습들을 편을 갈라 응원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먼저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이들은 자기들의 부모 세대를 그대로 빼닮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에서 아버지는 돌아온 아들을 두 팔로 안아 품어주고 있다. 자식은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용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뉘우치는 자식들도, 용서할 자격을 갖춘 어른들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떻게 된 것이 나이든 사람들부터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세태가 되어버렸다. 어른들부터가 모두 진영과 편으로 갈라져 싸우는데 갇혀버린 것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젊은 자식들도 굳이 반성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민과 정유라, 두 딸들을 탓하기 이전에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먼저 어른들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