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장까지 뻗친 유통 대기업의 탐욕...시장 영향은?
2023-03-06 16:26
중고 거래(리셀) 시장이 유통공룡들의 격전지로 변모했다.
이들은 기존 중고거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진출까지 꾀하며 관련 시장 장악에 나섰다. 신세계와 롯데그룹이 업계 2, 3위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중고시장 진출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의 탐욕이 중고시장까지 집어삼키려 한다는 비판이 부정적인 평가라면 투명한 거래문화 정책이 이뤄졌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 롯데그룹 등 유통 '빅3'의 중고 거래 시장 투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개인 간 오가는 중고 가구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오구가구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백화점에서 업계 최초 신촌점 4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로 개장한 이후 다시 리셀 시장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도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을 입점시킨 바 있다.
롯데그룹은 2021년 롯데쇼핑을 통해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확보한 후 중고 거래 관련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중고 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열고 중고 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패션 셰어링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임시 매장을 연이어 열었다.
신세계 또한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한 이후 SSG닷컴에 이를 입점시켜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배우자인 문성욱씨가 대표로 있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신세계그룹CVC)는 지난해 ‘번개장터’의 신규 투자자가 됐다. 당시 투자 금액은 총 820억원 정도다. 하반기부터는 SSG닷컴 내 번개장터가 만든 명품 편집숍 ‘BGZT Collection’을 신규 파트너사로 입점 시켰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의 중고 시장 참여가 늘어나며 리셀 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스타트업 업계에는 우려가 확산됐다.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유통 대기업들도 연이어 경쟁자로 등장해 벤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 대기업의 집중 투자 이후 현재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은 특화 품목으로 쏠리는 추세다. 자전거, 명품, 리셀 등 특화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스타트업의 관심이 이동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 또한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빅3’로 불리는 플랫폼 업체들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정리가 됐다.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먼저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며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업계에 팽배했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상당 부분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중고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격차가 큰 이른바 '레몬 마켓'으로 꼽혀왔다. 사고가 많다는 것을 빗대어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반어법이 신조어로 유행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자본으로 시스템이 개선되고 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 개선이 있었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논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늘어나면 해당 시장이 커지고 사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경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