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친환경 수소경제 구축 … 한국이 세계를 이끈다

2023-03-02 14:26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매서운 추위와 칼바람이 누그러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올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 구조인 이상 대기오염이 개선되기는 힘들다. 지금까지의 탄소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 중에서 수소경제에 관심을 가져 본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류는 석탄, 석유 등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에 사용해왔다. 탄소경제에서 살아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런 탄소경제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의 부작용을 막고 인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바람이나 태양열, 지열 등을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 왜 수소일까. 수소는 지구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고, 특히 지역적 편중이 없는 전 지구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즉, 석유가 특정 지역에 매장되어 있어 오일쇼크와 같은 공급 불안정성이 있었다면, 수소는 기술 역량이 있는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석유를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다각화 혹은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 이전과 다른 에너지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와 일치하는 부분인데,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보다 탄소를 훨씬 덜 배출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여 열과 전기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물(Water, H2O)을 남긴다.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친환경 에너지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에 비해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는 바람이 불 때 혹은 낮 시간 동안에 주로 전력이 생성되는 간헐성의 이슈가 있다.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러한 종류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친환경 강화 요구에 부합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 수소경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수소경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체로 그런 정책은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관련 부문의 기술개발 투자나 촉진 분야, 수소 활용 측면에서의 다양한 시장 창출, 그리고 이러한 분야를 지원하는 지원 시스템 등을 아우르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수소 자급률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유럽은 2050년까지 대규모 생산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자체 기술 수준이 부족한 중국은 해외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자국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수소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수소차와 수소 충전소를 생산·보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추진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글로벌 리더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지금 현재 수소를 사용하는 대표적 활용처인 수소차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다른 국가보다 제일 크다. 수소시장 전문기관 H2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는 모두 6754대였고, 이 중 한국 시장에서 판매된 수소차가 4699대로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70%에 달했다. 수소 트럭은 현대자동차가 양산체계를 갖추고 스위스에 160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연료전지는 발전량 부문에서 글로벌 보급량 중 한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5위 규모의 수소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기관도 있다.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
 

[자료=H2리서치]



정부 정책도 2005년에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에서 수소 에너지 비중을 전체 최종 에너지 중 15% 가까이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2017년에는 수소 보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의체인 H2KOREA를 창립하였다. 그 이후 2019년에는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전 분야의 목표와 전략을 세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로드맵에 나와 있는 연간 수소 생산 목표치를 보면 2022년 47만톤에서 2030년 194만톤, 2040년에는 526만톤으로 향후 20여 년간 11배 증산을 달성하고자 계획했다. 생산량의 증대와 함께 생산 시설도 대형화하고 액화수송 및 파이프라인과 같은 운송 시설의 증설, 해외로부터의 수입과 같은 도입 방식의 다변화를 통한다면 수소 가격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수소 활용처도 훨씬 더 다변화되고 많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수소경제에 이르는 여정은 시작되었고,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감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 수소를 쓰는 활용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차와 연료전지, 이 두 분야인데 사실 훨씬 더 많은 활용처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생산되는 수소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소 운반이 가능해야 더 많은 수소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경제는 아직 체감이 되지는 않지만, 더 이상의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대안이다. 수소경제가 체감될 수 있도록 현실에서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각 단계(생산, 저장·운송, 활용)에서 기술적 역량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아직은 미성숙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자 경쟁을 하거나 협업을 하며 노력하고 있다. 초기 단계의 시장에서 뚜렷한 선도 기업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 수소경제를 위한 기술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 깊은 연관성이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겠다.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R&D를 지원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은 이를 토대로 상용화 기술 역량을 개발하여 시장 선점을 확고하게 도모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