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셀럽과 세금-⑤] 국세청, 톱배우 권상우 '고강도' 세무조사 후 10억원대 추징

2023-02-27 08:01
2020년 초 권상우·법인 특별세무조사…수컴퍼니 "추징금 납부했고 차량 모두 처분"

셀러브리티(유명인·이하 셀럽)와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들은 일반인과 달리 소득이 많고, 소득이 많은 만큼 내야 할 세금 또한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셀럽들은 소득 대비 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정 또는 지능적인 방법을 동원해 탈세를 일삼고 있다.
 
탈세 유형도 다양하다. 일례로 1인 기획사를 차린 뒤 친·인척이 직원으로 일한 것처럼 꾸며 가공 인건비를 지급하는 식으로 소득을 탈루하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부모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가공세금 계산서를 받아 소득세를 탈루한 운동선수도 있다.
 
또 다른 연예인은 팬미팅 티켓이나 기념품 판매 수입액을 부모 명의 계좌로 받아 세금을 탈루하고 호화·사치 생활을 누린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제아무리 치밀하다 해도 결국에는 과세당국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막대한 과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이 셀럽들에 대한 세무검증을 쉼 없이 진행하고 이를 통해 탈세 혐의가 명백한 때에는 예외 없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국세청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웹툰 작가, 유튜버, 플랫폼 사업자 등 84명을 상대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현재 세무 검증대에 오른 셀럽과 과거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을 [셀럽과 세금]이라는 주제로 집중 보도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톱배우 권상우씨가 지난 2020년 초께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무려 10억원대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권상우는 본인이 세운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세무조사 후 이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동종업계와 사정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은 지난 2020년 초 권상우와 수컴퍼니(구 케이지비필름) 등을 상대로 한 비정기(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국세청은 권상우 이외에도 국내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 그리고 운동선수 등을 상대로도 비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는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국세청이 해당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한 탈세 등의 혐의 의혹이 있는 경우에 착수한다.

실제로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권상우와 수컴퍼니는 국세청 세무조사 후 약 10억원 이상을 추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상우는 본인 소유의 법인을 통해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 5대를 구매, 세금 탈루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제가 제기된 법인 소유 차량 기종은 마이바흐, 페라리, 롤스로이스 등 5대로 모두 대당 신차 가격이 수억원대에 형성돼 있는 초고가다.

권상우와 수컴퍼니는 세무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받자, 세무조사 후 문제가 된 슈퍼카 5대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컴퍼니 측도 국세청 세무조사 후 10억원대의 추징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세무조사와 관련, 수컴퍼니 관계자는 “세무조사 후 부과된 추징금은 모두 납부했고, (문제가 된) 차량도 전부 매각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렇다면 권상우는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왜 고가의 슈퍼카를 여러 대나 소유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과 달리 법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제 혜택이 많다는 점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법인의 경우 업무 차량에 대해 연간 최대 800만원의 감가상각비와 운행기록부 미작성 기준 최대 1500만원(2021년 이전 10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인 차량을 업무 목적이 아닌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경비 처리를 했다면 탈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법인 입장에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올해 개정 세법에 따른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에선 9%지만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에선 19%로 세율이 2배가량 오르는데, 법인이 슈퍼카 구입비를 운영 비용으로 신고하면 해당 금액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고 과세표준 역시 감소해 세금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권상우가 2018년 5월 수컴퍼니 명의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메디컬 빌딩을 280억원에 매입해 임대 소득을 얻고 있는데, 이를 두고 법인과 개인 간 적용 세율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세금 절감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 소득의 경우 임대 소득세와 양도 소득세가 발생하는 개인과 달리 법인은 ‘법인세’로 계산된다는 점을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20억원이 발생한 법인이 적용받는 최고 법인세율은 올해 기준 19%(과세표준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인데 반해, 개인 사업자는 소득세 최고 세율인 45%(과세표준 10억원 초과)를 적용받는다.

같은 성격의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법인 또는 개인 여부에 따라 세율이 2배 넘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권상우가 매입했다는 등촌동 메디컬 빌딩은 현재 수컴퍼니의 지점으로 등록돼 있다. 수컴퍼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료로 2020년 21억4530만원, 2021년 23억8198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위치한 수컴퍼니 본사 건물 전경. 배우 권상우가 대표로 있는 수컴퍼니 본사 1층에는 '수카워시' 상호의 세차장, 2층에는 연예기획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수컴퍼니는 권상우와 그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주식회사임에도 감사나 다른 이사 없이 권상우 단독으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1인 법인 형태다. 자본금 10억원 미만은 감사 등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컴퍼니는 2021년 매출 55억9000만원, 당기순이익 22억1000만원을 올렸다. 연예매니지먼트업과 임대 사업 외에도 본점 1층에 ‘수카워시’라는 상호의 세차장 사업을 겸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의 세무전문 파트너 회계사 A씨는 “법인은 개인사업자와 달리 세법상 세금 절감 혜택이 많은 점을 활용한 사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 문제와 별도로 당사자는 유명인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을 받았고, 슈퍼카 운용 행태를 봤을 때 윤리적 비판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우 권상우는 지난 2005년 가수 이효리와 배우 한채영, 그리고 김선아 등과 함께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국세청 명예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