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대립 속에서 부각된 '중립 외교' 인도의 존재감

2023-02-26 17:28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인도가 그 존재감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통해 유감없이 드러냈다.

올해 G20 의장국이기도 한 인도는 24~25일 벵갈루루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화두는 단연 1주년을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서방국가들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강력 규탄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의를 제기하며 반박했다. 결국 참가국 간 의견 불일치로 공동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부각된 것은 인도의 존재감이었다. 회의 개최국인 인도는 양 진영 어느 편에도 휩쓸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기조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대신 전 세계 '극빈층'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또 G20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도는 참가자들에게 '전쟁'이라는 표현을 삼갈 것을 요청했고 공동 성명이 채택되지 못하자 20개 참가국 중 17개국이 러시아를 규탄한 'G20 의장국 요약 및 결과문'을 발표했다.

인도 뉴델리에 소재한 마노하르 패리카르 국방연구분석연구소 스와스티 라오 연구원은 "인도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인도의 공식적 입장과 관련이 있다"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냉전 시기 제3세계 대표국이기도 했던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과 폭넓게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이 여러 차례 발생한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4자 안보 협의체인 QUAD(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동시에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대미국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와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인도의 중립적 외교 정책 기조는 서방 세계와 중국·러시아 간에 신냉전 조짐이 보이는 현재 글로벌 상황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제격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인도는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국 등극이 유력시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 매체 인디안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집권당인 인도국민당의 자가트 프라카쉬 나다 총재는 서적 '모디: 불안정 속에서 글로벌 질서 확립' 출판회에서 "오랜 기간 인도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태도를 취하는 것을 피했지만 모디 총리하에서 인도는 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20, G7이든 아니면 인도가 쿼드,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등에 참여하고 있든 간에···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난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시기에 G20 의장직을 맡게 됐다"며 "앞으로 모디 총리 발언과 인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