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국회로 온 이재명 체포동의안...'경우의 수' 세 가지

2023-02-25 08:00
野, 압도적 부결 자신..."이탈표는 많아야 5~6표"
'박빙 부결' 시 당내 혼란 가중...李 대표 리더십도 흔들
가결될 경우 李 운명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결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된 가운데,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재차 맹비판하며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정치 영장은 검사독재 정권의 폭정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가능하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보고 시점에서 24시간 뒤부터 72시간 안에 표결을 부쳐야 유효하다. 그 안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차기 본회의에 상정·표결된다. 여야는 오는 27일 본회의 개최를 합의했다. 여기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표결에는 크게 3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압도적 부결...최대 177명 안팎 예상​

민주당은 지도부를 필두로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이탈표는 많아야 5~6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 번째 (체포안이) 부결되면 또 하고 또 하고, 두세 번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앞서 16일에는 언론을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도 보도됐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국민의 절반가량이 구속 수사 필요성에 공감한 것 역시 변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 구속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가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1%는 '안 된다'고 답했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빙 부결...당내 분란 시작

부결이라고 다 같은 부결은 아니다. 반대표가 절반을 겨우 웃도는 '박빙 부결'이 이뤄질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반대 여론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의원을 뜻하는 속어) 솎아내기'에 돌입하면 당내 분란이 시작될 수 있다. 이들은 앞서 이 대표 검찰 조사에 동행하지 않은 의원들 명단을 만들어 좌표 찍기를 시도한 바 있다. 지난 18일 "민주당 정신 차려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김해영 전 의원에 대해서도 이들은 "제명해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올렸다.

◆가결 시...野 비대위 구성 등 혼란 가중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고, 국민의힘이 전원 찬성하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 경우 이 대표의 운명은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가르게 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이 대표는 즉시 구속되고,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만약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이 대표에겐 반격의 시간이 열린다. 이 대표에게 따라붙던 '사법 리스크' 비판도 1심 판결 때까지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다음 총선 수도권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며 "이 대표가 끝까지 부결을 고집한다면 민주당을 살릴 방법은 의원님들의 결심뿐"이라고 결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