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챗GPT야, 난 네가 무섭다"
2023-02-26 14:59
세계적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선 서비스에 접목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등장했다. 의료기기 업체와 교육업체 등에서 우선 적용하고 있는데, 건강이나 시술과 관련된 질문에 빠르게 답변하도록 적용했고, 코딩을 배우는 수강생을 위한 즉문즉답 서비스에도 활용된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SK텔레콤과 삼성SDS 등이 업무 자동화 솔루션(RPA)에 챗GPT 기능을 도입해 능률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등은 ‘챗GPT 특강’을 열고 연구모임까지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공직사회에 ‘챗GPT 활용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할 정도다.
챗GPT 인기가 급상승하다 보니 구글과 네이버 등 국내외 검색 기반 플랫폼 역시 자체 AI 챗봇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바드’ '서치GPT’ 등 대항마를 꺼내 들었다.
물론 인공지능 챗봇이 만능은 아니다.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이다 보니 시점과 정보 입력 오류에 따라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적지 않다. 원천적으로 답변이 차단된 범죄와 성차별적인 부적절한 질문도 ‘우회(Bypass)’ 기법으로 교묘히 풀어버리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같은 문제로 전문가들은 챗GPT 활용을 두고 속도조절론을 강조한다.
부작용에 대한 반감은 실제 사용 규제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은행 JP모건체이스와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존은 직원들에 대해 챗GPT 사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정보나 소스코드가 빠져나가거나 하는 오류가 발생해서다.
논문과 보고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일도 증가해 최근에는 챗GPT를 활용했는지를 점검하는 ‘감시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AI 기반 챗봇이 검열받지 않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해 주요 IT기업들에 대해 챗GPT 서비스 활용 자체를 금지한다는 소식도 있다.
그럼에도 본지를 비롯한 국내 유수 언론들은 ‘챗GPT 앓이’ 중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무수한 정보의 전달과 압축, 각색이 주를 이루다 보니 검색과 인공지능 대화까지 가능한 챗GPT의 마력을 외면하기 어렵다. 한 달에 2만6000원가량 하는 유료 챗GPT 서비스에 가입해 연일 획기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이 도래할 당시 세기말 혼란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급부상하고,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이 되는 뉴트로(newtro·신복고)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트렌드가 익숙해지듯 어쩌면 챗GPT도 같은 이치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익숙해져야만 하는 유행 같은 일상 말이다. 흡사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랬던 것처럼.
문득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챗GPT에 묻고 싶은 것이 생겨 질문을 던졌다. “챗GPT야, 네가 발전하면 기자라는 직업도 사라질까?"
챗GPT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 5초 만에 답을 써내려 갔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자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기사 작성과 취재 과정이 자동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결과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봇 기사,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용문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는 기술 등이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화 기술은 일부 반복적인 작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새로운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작성하는 능력은 아직까지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게다가 기자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분석, 진실성 검증, 다양한 시각과 의견 수용, 진솔한 인터뷰와 이야기 등 사람 중심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인공지능은 기자의 역할을 보조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순간 안심이 되면서도 지나치리만큼 차분한 녀석의 대답에 오싹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