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야 오른다'… 상장사 자사주 소각 움직임 확대

2023-02-19 16:00
삼성물산 5년간 3조원 소각 계획
현대차 3154억·KB금융 3000억 등
주주환원 정책, 주가에도 긍정적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 강화 요구가 늘고 있다. 자사주 소각 비율이 높은 기업은 주가가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등 주가 부양 효과가 높다. 올해 들어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상장사들도 늘어나면서 주주환원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은 1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곳)보다 늘었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1조3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약 3154억원 규모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KB금융(3000억원), 메리츠화재(1792억원),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각 1500억원), 케이티(1000억원), 한국콜마홀딩스(537억원) 등이 주식 소각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HK이노엔(241억원), 하이록코리아(99억원), 웹젠(53억원), 와이엠씨(32억원) 등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저평가 해소 방법으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기업의 주가가 차별화된 수익률을 보인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상장사의 주가가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전년 평균 발행 주식수 대비 자사주 소각 주식수를 비교한 결과 한미반도체가 평균 소각 비율이 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가 2.2%로 뒤를 이었다.

2021년 인적분할을 앞두고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던 SK텔레콤도 평균 소각비율 2.2%로 상위권에 올랐다. 또 같은 해 배당을 축소하고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밝힌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평균 소각 비율도 각각 1.9%, 1.6%였다. 이들 5개 기업의 지난 5년 간 주가 수익률은 한미반도체(163.8%), 메리츠금융지주(234.6%), SK텔레콤(28%), 메리츠증권(82%), 메리츠화재(165.6%) 등으로 코스피지수(10.7%)와 비교하면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엔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5년에 걸쳐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자동차 외에도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올해부터 15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해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기아도 올해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알렸다.
 
자사주 소각은 증시에도 긍정적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분은 시장에 다시 풀릴 위험이 있어 대기물량으로 여겨지기도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율 제고는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완화와 연관이 있다"며 "자사주 소각은 최근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추가 상승 논리에 힘을 더해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